은행 지점 확 달라졌네…수익성 위주 정비

  • 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32분


은행의 얼굴인 ‘지점(支店)’이 진화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진행됐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은행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은행 영업력의 핵심인 지점을 재정비하고 있다.

많은 시중은행은 ‘수익성’이 높은 우량고객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점의 구조와 동선(動線)을 바꿨다.

반면 예금 입출금이나 공과금 납부를 하려는 단순 고객의 지점 방문 횟수를 줄이기 위해 대기용 의자와 번호표를 없애고 고객을 줄 세우는 등 ‘고객 세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대형 유통 상가 주변에 있는 지점들은 지역 특성을 살려 주말 오후까지 문을 여는 등 고객의 필요에 따라 영업시간도 다양화하고 있다.

씨티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HSBC),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지점들은 지방 점포 수를 대폭 늘리며 공격경영에 나섰다. 지점 수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별동대’를 만들어 길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며 대출을 권유하고 있는 것.

지점이 변화하면서 지점장의 위상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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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서울 사당북지점 김동수(金東秀) 지점장은 “이제 지점장이 ‘대출의 전권’을 휘두르며 기업이나 고객 대출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났으며 ‘서비스 매니저’로서 고객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에 강점을 지닌 여성 지점장의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 2001년 말 1090개 지점 중 24명에 불과했던 국민은행의 여성 지점장 수는 올해 2월 현재 56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은행에서 펀드 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은행원들의 업무영역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단순 창구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의 수는 크게 줄어들고 계약직원으로 바뀐 대신 고객과 마주 앉아 ‘금융 상담원’ 역할을 하는 행원은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은행원의 생산성도 크게 높아져 2002년 말 현재 시중은행 행원 1인당 수신액은 97년에 비해 약 6배, 1인당 대출액은 5배로 증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김병연(金炳淵) 수석연구위원은 “은행 지점의 변화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은행 지점은 모든 종류의 금융상품을 파는 ‘금융 슈퍼마켓’의 성격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고객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퍼스널 뱅킹’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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