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부가 농촌 출신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상호금융 대출금리 인하 등 농촌에 대한 추가 지원을 약속한 데는 문제가 적지 않다. 정부 스스로 한-칠레 FTA에 대한 지원대책은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추가 지원을 약속했으니 ‘무원칙한 퍼주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는 앞으로 국익(國益)과 일부 이익집단의 이해가 충돌할 때마다 정부의 발목을 잡는 나쁜 선례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가 첫 FTA 상대국으로 칠레를 선택한 이유는 지리적으로 멀고 교역량이 적어 협상을 손쉽게 타결지을 수 있는 나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FTA 추진 합의에서 국회 비준 동의까지는 무려 5년이 넘게 걸렸다. 이해집단의 반발을 제때 해결하지 못했고, 부처 할거주의와 조정력 부재로 정부의 협상력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이런 취약점을 그대로 둔다면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하고 당사자도 많은 일본 미국 중국 등과의 FTA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협상력과 국내 갈등조정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또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지원 원칙도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한번 원칙을 정했으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치지도자들도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놓고 표 계산이나 하는 한심한 모습을 다시는 보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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