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디어그룹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 중인 오리온의 지난해 성적표에 대해 증권사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스포츠토토를 인수하며 뛰어들었던 복권사업이 오히려 이익을 갉아먹는 ‘골칫덩이’로 전락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된 이유다.
세종증권은 16일 “오리온의 지난해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했다”며 목표주가를 6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증권과 한화, 메리츠증권 등도 이날 “자회사 스포츠토토의 실적 부진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주가 상승의 힘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오리온이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영업이익은 493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는 데 그친 반면 순이익은 71억9800만원으로 79%나 줄어들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오리온이 보유하는 자회사 주식의 지분법 평가손실은 모두 283억원. 이 가운데 스포츠토토 관련 손실만 379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나머지 자회사 주식에서 96억원의 지분법 평가이익을 내며 손실 폭을 줄였다.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주가는 나흘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회사인 영화배급사 쇼박스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수혜주로 부각되며 9일 ‘반짝 상승’한 이후 6% 하락했다.
이런 주가 움직임에 대해 삼성증권은 유일하게 “악재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며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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