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국회통과]포도농가 “칠레産 몰려오면 망해”

  • 입력 2004년 2월 16일 23시 33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16일 국회에서 통과되자 농민들은 국회 비준을 규탄하며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책 없이 통과된 FTA 비준동의안은 농업 붕괴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농민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병(朴琦秉)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경남도연맹 사무처장은 이날 비준안이 통과된 뒤 “찬성투표를 한 국회의원에 대해 낙선투쟁을 전개하겠다”며 “특히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 후보는 전면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연맹은 앞서 FTA 비준안이 통과되면 항의의 표시로 경남지역 국회의원 부친 묘소에 소금을 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박동모 정책부장은 “노무현 정부의 농업정책은 이전의 다른 정권과 하나도 다를 게 없을 뿐만 아니라 농업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농촌 현실을 외면한 현 정부 퇴진운동과 함께 찬성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 전남도연합회 박원균 사무처장도 “농민과 농촌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투쟁의 수위를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FTA 비준안 통과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포도 재배 농민들은 ‘폐농은 시간문제’라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포도 주산지인 충북 영동과 옥천의 경우 이 지역 포도재배지의 12.3%에 해당하는 시설포도(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되는 포도) 재배 농민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시설포도 수확이 매년 5∼6월경 이뤄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관세를 인하 받는 칠레산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

영동군포도회 오인길(吳寅吉·61) 회장은 “지금도 과잉생산으로 수확기에는 가격이 폭락하는데 칠레산이 들어오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한마디로 암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확에서 포장까지 자동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 칠레산 포도와는 애당초 경쟁이 안 된다”며 “계절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농 충남도연맹 조성호(趙成鎬) 의장은 “정부나 정치권이 농업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일본이 칠레와 FTA를 맺지 않고도 칠레에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룡(崔震龍) 경상대 농대 교수는 “농업분야에 연간 수십조원을 투자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책은 미흡하다”면서 “농기계를 살 때 돈을 빌려주는 등 각종 융자제도는 결국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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