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결합니까?”(박해춘 LG카드 사장 내정자·현 서울보증보험 사장)
“LG카드.”(이 부총리)
16일 오전 박 사장 내정자와 이 경제부총리가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다.
이날 LG카드 사장으로 내정된 박 사장에게 걸려온 이 부총리의 전화는 격려와 채찍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는 1998년 11월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었던 이 부총리에 의해 발탁돼 부실덩어리인 서울보증보험을 맡았다. 그동안 회사를 살리느라 말로 다하기 어려운 고생을 했다.
박 사장은 17일 “이 부총리가 다시 돌아오자 ‘이제 나도 폼 나는 자리에 갈 수 있겠다’고 내심 기대했다”며 “그런데 그가 취임한지 열흘도 안돼 힘든 일을 맡게됐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서울보증보험의 경영 상황은 심각했다. 보증을 서 주었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예금보험공사가 1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나는 오전 7시에 출근을 할 테니 직원들은 알아서 하라”는 박 사장의 취임 일성에 전 직원들도 ‘아침형 인간’이 됐다. 자신은 사무실에서 잠을 자는 일이 다반사였다.
강력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점포를 절반으로 줄이고 정규직 인원 1784명 가운데 992명을 퇴직시켰다. 직원 대출, 퇴직금 누진제 등 복리후생제도도 없앴다.
그는 99년 6월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당시 친정인 삼성그룹을 끈질기게 추궁해 채권단 가운데 유일하게 9434억원을 받아냈다. 그 결과 취임 당시 1조원 적자였던 회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3224억원의 흑자를 냈다.
박 사장의 등장으로 LG카드의 정상화 추진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자금 부분을 맡아 뒤로 물러서고 회사의 회생과 구조조정, 매각 등 주요 현안은 이-박 라인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카드 직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박 사장의 임명에 따라 구조조정 강도가 세질까 걱정된다”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금융은 리스크관리가 생명 인데 비해 LG카드는 현금서비스에 수익의 80%를 의존해 시장 변동에 민감하다”며 “우선 실태를 파악하고 처방을 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은 독점 회사여서 능력을 펼치기 용이했지만 카드업계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카드회사 정상화에는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