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강운/증권사 순익 늘었다지만…

  • 입력 2004년 2월 17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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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순이익 증가는 빛 좋은 개살구(?)’

증권거래소는 16일 ‘3월 결산 상장법인의 실적자료’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21개 상장 증권회사의 3·4분기(2003년 4월 1일∼12월 31일)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75% 증가한 것으로 나와 있다. 괄목할 만한 실적 호전이다. 증권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무색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그럴까?

증권업계에선 ‘1년 장사 잘하면 3∼4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어느 해 주가가 폭등하고 거래규모가 급증하면 늘어난 주식중개 수수료 수입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랬다. 외환위기 이후 증권사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구조조정이 더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면서 증권업계의 현실은 더욱 열악해졌다. 특히 ‘순이익 구조’가 나빠지고 있다. 작년 증권사 순이익이 대폭 늘어난 것은 회사 돈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상품주식 운용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4개사(비상장사 포함)의 2003년 3·4분기 상품주식 매매이익은 9638억원에 이른다. 종합주가지수가 작년 3월 말 535에서 12월 말 810선으로 무려 275포인트가량 급등한 덕분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에는 3588억원 손실을 봤다. ‘귀신도 모른다’는 주가추이에 회사 운명을 맡긴 격이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중개 수수료 수입은 감소추세다. 전년 동기에 비해 1224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영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 매매비중은 작년 1∼3월 69.9%에서 올해 1월 58.9%로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의 주인 노릇을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더욱이 생존을 위한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은 이젠 대세(大勢)로 봐야 한다. 이걸 거스르다가는 ‘담합’으로 몰릴 수 있다. 이런 속사정을 잘 아는 증시전문가들은 올해가 증권사 구조조정의 원년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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