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시대] ‘거함’ SK운명 기관-개미에 달려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30분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이 내달 12일경 열릴 SK㈜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표 대결을 벌인다. 현재 양측은 어느 쪽도 절대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측은 주주 성향을 분석한 결과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3만여명에 이르는 주주의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 대결은 주주자본주의와 재벌시스템의 정면충돌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국제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최근 SK㈜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접촉한 한 관계자는 “SK㈜ 주총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내부 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통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던 외국인 펀드매니저들이 이번 주총에서 대거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버린은 현재 템플턴과 헤르메스펀드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나머지 외국인 지분 중 상당부분을 확보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36%까지 무난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


SK측은 내부지분과 채권단, 우호세력 지분을 합쳐 38%가량을 확보한 상태.

이에 따라 양측은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투자자를 어느 편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승패를 결정짓는 변수로 보고 있다.

양측은 27일경부터 시작될 공식적인 위임장 확보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대규모 광고전을 준비하는 등 주총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소버린 제임스 피터 대표는 17일부터 국내 소액주주들을 만나 주총에서 적극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와 재벌시스템의 정면충돌=국내기업들은 1980년대 말 미국에서 불었던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바람이 한국에 본격 상륙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이번 주총을 지켜보고 있다.

▼관련기사▼
-[기업사냥 시대]<1>벼랑 끝에 몰린 SK

박영석 서강대 교수(경영학과)는 “기업지배구조가 낙후된 한국기업들에 이번 사건은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노출되면서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이 이용되는 재벌시스템의 폐해가 교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찬근 인천대 교수(무역학과)는 “40년간의 경제개발 경험에서 입증된 것처럼 한국의 재벌시스템은 외국기업에 비해 ‘차별적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일부 재벌 오너의 도덕적인 문제 때문에 한국 특유의 그룹 경영방식을 포기할 경우 성장 동력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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