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초대형 은행인 미국 씨티은행에 의한 한미은행 인수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국내 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펀드와는 경쟁력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의 1대 주주인 미국계 칼라일 컨소시엄(지분 36.6%) 및 2대 주주인 영국계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9.76%)과 경영권 인수를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모두 사들여 증시 상장(上場)을 폐지하고 한미은행을 ‘씨티은행 한국지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골리앗’인 씨티와의 전쟁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인수협상 막판 쟁점과 타결 전망=한미은행 매각협상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대주주 지분 46.36%를 인수키로 비공식 합의가 이뤄졌으나 주당 인수가격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한미은행 브랜드 대신 씨티은행 지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당 1만5000∼1만7000원선에서 값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씨티은행은 한미은행 인수를 위해 총 3조원 이상을 투입하게 된다.
또 칼라일은 2000년 11월 한미은행 지분을 주당 평균 6585원에 사들여 이를 1만5000원에 넘길 경우 127%의 투자수익을 낸다.
▽‘토종(土種)은행’들 긴장 속 대응책 마련=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한국 금융시장을 정찰하던 ‘수색대’가 나가고 주둔을 위한 ‘보병’이 들어오는 것”에 종종 비유된다.
한국 시중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했던 칼라일(한미은행) 뉴브리지 캐피털(제일은행) 론스타(외환은행) 등은 모두 3∼5년 동안 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모(私募) 펀드였다.
반면 세계 최대의 종합금융그룹인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은행을 인수하는 최초의 전략적 투자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裵顯起) 금융조사팀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프라이빗뱅킹(PB) 영업 등에 강한 씨티은행이 현재 225개인 한미은행 지점망을 통해 고급 고객을 유치해 갈 경우 국내 토종은행이 큰 타격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에는 벌써부터 비상이 걸렸다. 우리은행 서동면(徐東冕) 부행장은 “17일 소매금융 담당 간부들에게 과거 씨티은행의 영업 방식과 한미은행 인수 후 우리은행의 방어 전략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김정태(金正泰) 부행장은 “PB 영업망을 확충하는 등 이미 상당한 준비를 해 둔 상태이며 상황에 따라 구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윤종규(尹鍾圭) 부행장도 “강적이 나타났으니 긴장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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