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상장사들은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는데도 현금 배당금 규모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은 부진한데 배당금은 증가=1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6일까지 현금 배당을 공시한 157개사의 배당금 총액은 4조3665억원에 이르렀다. 2002년에 비해 1조389억원, 31.2% 급증했다.
주당 배당금은 73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어났다. 배당성향(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눈 것)도 40.64%로 11.93%포인트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높아졌지만 배당금 재원 중 하나인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12월 결산 519개 상장사의 작년 1∼9월 누적 순이익은 18조7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조4977억원(28.6%) 감소했다.
▽외국인 배당수입 짭짤=삼성전자 등 배당금 상위 15개사의 배당금은 3조5202억원. 이 중 외국인들이 가져가는 배당금 총액은 1조7933억원(50.94%)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작년 배당권리 기준일(12월 26일) 현재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40%를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현금 배당금은 4851억원으로 2002년보다 69% 급증했으며 이 중 3558억원(73%)이 외국인 몫이다. 삼성전자(8866억원) KT(4215억원) SK텔레콤(4048억원)도 배당금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차지였다(표 참조).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외국인들의 배당금 해외송금액은 13억4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나친 배당이라는 지적=157개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평균 40.64%. 하지만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SK㈜의 배당성향은 무려 1,085%에 이르렀다. 순이익과 비교해 11배가량 많은 금액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는 뜻이다. SK㈜의 당기순이익은 2002년 1368억원에서 2003년 88억5000여만원으로 급감했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등 자회사에 대한 지분법 손실 때문이다. 이런데도 SK㈜의 현금 배당규모는 2002년 926억원에서 2003년 961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대해 SK㈜ 정현천 IR팀장은 “지분법 손실로 순익이 급감했지만 영업이익은 6794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며 “전체 주주를 배려해서 배당금 규모를 정했을 뿐 외국인 주주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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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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