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살아나는 닭-오리 소비 "지난 두달이 10년 같아"

  • 입력 2004년 2월 18일 21시 54분


“죽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각계각층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고마울 뿐이죠.”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전부터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닭고기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씨(44)는 “지난 두 달이 10년보다 더 길었다”며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의 기업체와 관공서, 학교 등이 닭, 오리농가와 업소를 돕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면서 관련 업소들이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부산=부산체신청은 20일 전 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구내식당에서 삼계탕 시식회를 갖고 이날부터 부산 울산 경남지역 41개 우체국 식당의 메뉴를 주 1회 닭요리로 바꿀 계획이다.

부산시 약사회는 18일 동구 초량동 G삼계탕에서, 부산시 의사회는 17일 금정구 청룡동 P오리집에서 시식회를 갖고 ‘닭, 오리고기 안심하고 먹기’ 캠페인을 벌였다.

부산시도 18, 19일 ‘닭, 오리의 경우 섭씨 75도 이상에서 익히면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홍보전단 20만장을 나눠주고 100여개의 현수막을 시내 주요지점에 게시한다.

업계에서도 할인요금 적용과 각종 이벤트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부산지역 1970여개의 닭, 오리고기 판매업소의 매출이 40% 정도 회복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울산=온산공단 내 ㈜S-Oil은 18일부터 구내식당에서 닭과 오리고기를 제공하는 한편 매주 2500여 마리의 닭과 오리를 소비하기로 했다.

울산YMCA는 최근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울산시와 농협지역본부 등은 농협지역본부 앞에서 ‘닭, 오리고기 나눠먹기’와 ‘수요일은 삼계탕 데이’ 등 소비 촉진운동을 벌였다.

사회봉사단체인 성울회도 최근 울산 남구 오리고기식당에서 월례회를 개최했다.

울산 남구 삼산동에서 오리불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46·여)는 “보름 전만 해도 손님이 한명도 없을 정도였는데 최근 소비 촉진운동이 일어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경남에서는 조류독감 파동 이후 닭, 오리 전문점 2900여개 가운데 12% 가량인 340여개소가 휴·폐업을 하거나 업종을 바꿨다. 일부 업소는 ‘권리금 없이 점포 내놓는다’는 안내문을 내붙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도청과 경남경찰청 직원이 하루 평균 900여 명 정도 이용하는 구내식당의 닭고기 제공 횟수를 주 2회에서 5회로 늘렸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최근 통닭 500여 마리, 생닭 440마리를 환경미화원과 전투경찰대에 위문품으로 전달했다.

경남 진해 해군 군수사령부 소속 장민석 일병(22)은 “부대에서 위생검사를 통해 제공하는 닭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다”며 “양계 농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경남도 정희식(鄭熙植) 축산과장은 “대대적인 닭, 오리고기 소비 캠페인으로 소비심리가 상당부분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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