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경영권 다지기’

  • 입력 2004년 2월 19일 00시 01분


현대자동차의 주요 계열사들이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경영권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섰다.

현대차 2대주주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경영권 다툼을 의식한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현대차 그룹의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경영권 확보 지원에 나선 계열사=현대모비스 박정인(朴正仁)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미쓰비시상사의 현대차 지분 1.05%(229만주)를 장외에서 사기로 결정했다”며 “2006년까지 0.47%(103만주)를 추가로 사들이는 계약도 체결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1월에도 현대차 지분 66만주(0.3%)를 사들였다. 세 차례의 지분 확보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1928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5506억원)의 35%에 이른다.

INI스틸도 이날 “미쓰비시상사 및 그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93만주를 445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며 “2006년 2월부터 3월까지 주당 4만7500원에 125만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597억원에 사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차측은 “계열사들이 2006년까지 미쓰비시상사가 보유한 2.52%(550만주)를 모두 사들이게 된다”며 “이 정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확대 이유=계열사들이 현대차의 지분 확대에 나선 이유는 정 회장과 다임러크라이슬러측의 경영권 다툼 때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계약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장내에서 추가로 5%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게 되자 정 회장측은 경영권 확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수백억원을 들여 2002년 말 4.08%이던 지분을 5.19%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늘린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손종원 애널리스트는 “계열사의 주주들은 회사의 자금이 영업이 아닌 대주주의 경영권 확보에 쓰였다는 점에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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