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다 vs 부드러워서 좋은데…" 소주 논쟁

  • 입력 2004년 2월 19일 14시 14분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1도 낮아진 것에 대해 애주가들 사이에서 찬반논쟁이 뜨겁다.

국내 최대 소주 제조업체인 진로는 주력제품인 ‘참진이슬로’의 도수를 22도에서 21도로 낮춘 새로운 제품을 18일 출시했다. 두산주류BG도 오는 23일 21도 ‘산소주’를 출시키로 해 국내 소주 시장이 21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주당들 사이에서는 신제품이 실제 시장에 미처 깔리기도 전에 “소주 맛이 싱거울 것” “부드러워서 좋다” 등 ‘1도 차이’를 두고 벌써부터 팽팽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낮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

40대 직장인으로 보이는 몇몇 손님들이 새로 나오는 소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었다.

한 주당은 “소주는 독해야하는데 너무 순하면 제 맛이 안난다” 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일행도 “밋밋한 소주를 마시려면 차라리 백세주나 청주 등 순한 곡주를 먹겠다”고 말했다.

이경만(39·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동료들과 소주로 풀 때가 많고 항상 적당히 취해야 자리가 끝나는데, 소주 도수가 점점 약해지면 아무래도 먹는 양이 많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967년, 희석식 소주 ▶1975~1983년 ▶1982년, 30도 소주 ▶1984년 ▶1996년, 진로소주 레귤러 ▶1997년, 순한진로 ▶1998년, 참眞이슬露 ▶2002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출처 진로소주-

이수현(36·한의사)씨도 “약한 술을 원한다면 레몬소주나 체리소주 등 부드러운 기능성 소주도 있고 물을 타 먹으면 될텐데 굳이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의 도수를 자꾸 낮추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찬성파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진영(36·자영업)씨는 “그동안 소주를 마실 때 마다 약간 독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소주가 좀더 부드러워진다면 분위기를 즐기는 요즘 현대인들의 패턴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28·여·회사원)씨도 “이 기회에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더 낮춘 소주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친구나 직원들하고 주로 술자리를 하는데, 취하기 위해서 보다는 분위기를 느끼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소주를 즐겨 먹는다”고 환영했다.

이밖에 “아예 양주처럼 독하게 만들어 돈 없는 서민들이 몇 잔만 먹어도 취했으면 좋겠다”, “소주의 도수는 낮추면서 가격을 안 내리는 것은 고도의 상술이다. 결국 술을 더 많이 먹게 돼 제조사의 매상만 올려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진로 관계자는 “선호도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소주 도수는 20도였다. 그러나 너무 급격히 도수를 내렸을때의 문제를 고려, 이번엔에 21도로 만들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머지않아 20도까지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1도 소주는 도·소매점의 22도 재고물량이 모두 팔리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중에 판매돼 1도 차이를 둘러싼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山 ▶설중매 골드 ▶청하 ▶백화수복 (왼쪽부터) -사진출처 두산주류BG-

한편 국내 소주시장은 지난 1965년 30도 희석식 소주를 시작으로 1973년 25도, 1999년 23도, 2001년 22도로 알코올 도수가 점점 낮아졌고, 올해를 기점으로 ‘소주 21도 시대’의 문을 열게 됐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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