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열풍’ 증시 달군다…인수대상 기업 주가 급등

  • 입력 2004년 2월 19일 18시 09분


한동안 잠잠했던 인수합병(M&A) 바람이 다시 불면서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기업별로 M&A와 관련된 뉴스들이 잇따르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 증시를 주도할 ‘스타주’ 없이 개별 종목 장세가 진행되는 시점이라 M&A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M&A 열풍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공통적 현상. “90년대 호황기처럼 M&A 물꼬가 트였다”(파이낸셜타임스) “올해는 M&A 시장이 활성화되는 최적의 조건”(CSFB증권) 등 해외 금융계의 관심도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M&A가 증시 최고 뉴스”=STX는 19일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전날 두산중공업 계열의 HSD엔진이 STX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HSD엔진은 “투자 목적으로 샀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동종 업계의 지분 매입인 만큼 M&A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의도와 상관없이 일단 증시의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상태다.

씨티은행의 인수설에 힘을 얻은 한미은행은 이날 7.85% 상승세로 돌아섰다. 쌍방울은 전날 임직원들이 ‘자사주 갖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M&A 관련주로 등장한 케이스. 최대주주로 올라선 대한전선이 경영진 교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전사적 차원의 방어에 나선 셈이다.

반면 모기업의 경영권 방어 부담을 떠안은 계열사는 M&A 관련 뉴스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의 우호 세력으로서 팔을 걷어붙인 현대모비스의 이날 주가 하락폭은 5.06%. 현대차를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지분 경쟁에서 지키기 위해 현대차 주식 229만주를 사겠다는 계획에 시장이 냉담하게 반응한 결과다. 장내 지분 경쟁 가능성이 줄어든 현대차 역시 2.01% 떨어졌다.

이밖에 현대엘리베이터, SK㈜, 현대오토넷, 대우종합기계 등 M&A 논란에 휩싸이거나 M&A 과정이 현재까지 진행되면서 주가가 급변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몰려오는 M&A 파도=증시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과거와는 달리 실체를 갖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기업들의 자금동원능력이 좋아진 가운데 △세계적인 M&A 활성화 추세 △구조조정을 겪은 기업들의 가치 상승 △금융권의 구조조정 가속화 △사모펀드 활성화 등이 그 이유. 코스닥 등록 요건이 강화되면서 등록기업 인수를 통해 우회적으로 증시에 들어오려는 움직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동원증권 조홍래 리서치센터장은 “M&A 재료는 이제 증시에 상주하는 테마다. 외국인도 이제는 기업의 영업이익보다 어떤 지분을 갖고 있느냐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늬만 M&A로 포장해 주가를 올리려는 투기 세력이 분위기에 편승하는 문제점도 나온다. 특히 개인들이 경영권 확보를 내세워 주식을 사들이는 일부 코스닥 기업은 경계 대상이다.

한누리투자증권 정용호 연구원은 “경영 전략적인 측면에서 M&A가 진행되는 덩치 큰 회사들과는 달리 주가가 싼 기업들은 ‘머니게임’으로 흐르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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