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규제대책 외국인만 배불려

  • 입력 2004년 2월 19일 19시 10분


한 달 전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환(換)투기 세력을 막겠다며 내놓았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규제책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손해를 본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중순 정부의 NDF 시장 규제책이 발표된 뒤 금리 차이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중순 환투기를 막는다며 NDF 시장 규제책을 발표, 국내 금융기관들의 매입 초과 포지션은 1월 14일 수준보다 10%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매도 초과 포지션은 1월 16일 기준으로 90% 이상 유지하도록 제한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로 선물(先物)환율이 낮아지면서 환위험을 분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낮아져 외국인 투자자들은 외국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국내에서 이자율이 높은 통화안정증권 등을 사들여 손쉽게 많은 이익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외국환 은행들은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규제에 걸려 무리하게 정부의 기준을 맞추려다 선물환율 하락으로 많은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처럼 국내 금융기관의 피해가 확산되자 이달 20일부터 매도초과 포지션 한도를 60%로, 3월 20일부터 20%, 4월 20일부터 0%로 완화하겠다고 19일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강삼모(姜三模) 연구위원은 “환율 안정이라는 긍정적 의도에서 출발했다 해도 이번 규제는 시장에서 자본배분의 왜곡을 낳아 이익을 본 자와 손해를 본 자를 만들었다”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규제를 통해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중경(崔重卿)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융회사들의 NDF 포지션을 분석한 결과 투기 거래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판단되고 은행들이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고 호소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며 “NDF를 이용한 투기 거래가 재연된다면 매도 포지션을 다시 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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