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들은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생존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영구(河永求) 한미은행장은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 관련해) 대주주 통보와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대로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혀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사실상 타결됐음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씨티은행이 20일(미국 뉴욕 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에 한미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며 "발표는 미국 뉴욕에 있는 씨티은행 본사와 한국에 들어와 있는 협상단 대표가 동시에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소액주주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상장(上場)을 폐지하고 '씨티은행 한국지사'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은행 225개 지점은 씨티은행 지점으로 편입돼 기존의 12개 지점과 함께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지역 고객들을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신용관리와 자산운용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씨티은행과 본격적인 생존경쟁을 벌이게 된 국내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간 인수·합병(M&A)의 촉매제로 작용해 금융권 전체에 '후 폭풍'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지분매각이 진행 중인 제일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외환은행의 인수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민과 우리은행 등 국내 초대형은행들도 씨티은행의 공략에 맞서 자기 고객을 지켜내기 위해 내부 시스템 정비와 서비스 개선속도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씨티은행이 국내에 본격 진입하면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뱅킹(PB) 시장 등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국내 은행도 몇 해 전부터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준비해 온 만큼 맞서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裵顯起) 금융조사팀장은 "씨티은행이 멕시코, 체코 등에 이어 한국의 은행을 인수한 것은 잠재력 있는 '신흥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자산이 많은 고객 뿐 아니라 일반 대중고객도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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