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 씨티폭풍 초비상…美 씨티銀, 한미銀 인수 확정

  • 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21분


미국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국내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은행인 씨티은행의 한국 공략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씨티은행이 한국시간으로 이르면 21일 한미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몇 가지 세부 절차 때문에 발표시기가 내주 초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현재 한미은행의 1대 주주인 칼라일펀드 지분(36.6%)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2대 주주인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지분(9.76%)도 인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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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자본 중 사모(私募)펀드가 아닌 주요 은행이 한국의 은행을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소액주주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상장(上場)을 폐지하고 ‘씨티은행 한국지사’로 전환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한국에 12개 지점을 갖고 있는 씨티은행은 한미은행 225개 지점을 합쳐 237개의 지점을 갖춘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 국내 시중은행과 본격적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신용관리와 자산운용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씨티은행의 공략에 맞서 국민과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도 내부 시스템 정비와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할 움직임이다.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씨티은행이 국내에 본격 진입하면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뱅킹(PB) 시장 등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국내 은행도 몇 해 전부터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준비해 온 만큼 맞서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씨티은행의 모(母)그룹인 씨티그룹은 은행 증권 보험 등 총체적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국내보험, 증권 등 2금융권도 ‘씨티 폭풍’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편 2000년 11월 한미은행 지분을 사들였던 칼라일 펀드는 지분매각으로 약 7700억원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추산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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