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인적 청산’을 단행하고 기업지배구조를 대폭 개선해 국내외 주주들이 소버린이 아닌 SK를 지지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SK㈜ 최태원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주주총회도 지분경쟁이 아닌 주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SK그룹 손길승 회장과 SK㈜ 김창근 사장이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SK㈜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돼 앞으로 그룹 내 역학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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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만료 이사 전원 교체=SK㈜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이사 6명의 후임으로 사내이사는 신헌철 SK가스 대표이사, 사외이사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 오세종 전 장기신용은행장,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김태유 자원경제학회장, 남대우 전 가스공사 사외이사 등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서윤석, 남대우 후보는 감사위원 후보로도 추천됐다.
남대우씨는 소버린의 후보 추천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한편 손길승 회장과 황두열 부회장, 김창근 사장 등 임기만료 사내이사는 모두 물러났다.
SK㈜ 유정준 전무는 “이사후보는 독립성과 전문성, 성실성, 국제적 경영감각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며 “소버린과의 표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SK㈜는 10명의 이사진 가운데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정관 개정을 통해 계열사와의 거래를 사전 승인하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소버린과 정면 승부한다=SK㈜ 유정준 전무는 최근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의 외국인 투자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범법자가 이사로 남아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성토를 들었다. 또 SK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투표에 참여해 소버린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접한 최 회장은 ‘혁신에 가까운 변화만이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이에 따라 황 부회장마저 물러났고 사외이사 비중을 70%로 높이는 것도 당초 2006년에서 2년 앞당겼다.
SK㈜ 고위 관계자는 “표 대결로 내년 주총에서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올해부터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 최 회장의 의지”라고 말했다.
한편 SK㈜에서 물러난 손 회장에 대해 참여연대가 SK텔레콤 이사직마저 사퇴할 것을 종용하고 있어 그룹 내 무게중심은 최 회장 쪽으로 급속하게 옮겨질 전망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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