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소버린과 정면승부”… 사외이사 70%로 늘려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58분


SK그룹이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정면 돌파’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인적 청산’을 단행하고 기업지배구조를 대폭 개선해 국내외 주주들이 소버린이 아닌 SK를 지지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SK㈜ 최태원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주주총회도 지분경쟁이 아닌 주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SK그룹 손길승 회장과 SK㈜ 김창근 사장이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SK㈜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돼 앞으로 그룹 내 역학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임기만료 이사 전원 교체=SK㈜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이사 6명의 후임으로 사내이사는 신헌철 SK가스 대표이사, 사외이사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 오세종 전 장기신용은행장,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김태유 자원경제학회장, 남대우 전 가스공사 사외이사 등을 추천했다. 이 가운데 서윤석, 남대우 후보는 감사위원 후보로도 추천됐다.

남대우씨는 소버린의 후보 추천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한편 손길승 회장과 황두열 부회장, 김창근 사장 등 임기만료 사내이사는 모두 물러났다.

SK㈜ 유정준 전무는 “이사후보는 독립성과 전문성, 성실성, 국제적 경영감각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며 “소버린과의 표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SK㈜는 10명의 이사진 가운데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정관 개정을 통해 계열사와의 거래를 사전 승인하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소버린과 정면 승부한다=SK㈜ 유정준 전무는 최근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의 외국인 투자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범법자가 이사로 남아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성토를 들었다. 또 SK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투표에 참여해 소버린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접한 최 회장은 ‘혁신에 가까운 변화만이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이에 따라 황 부회장마저 물러났고 사외이사 비중을 70%로 높이는 것도 당초 2006년에서 2년 앞당겼다.

SK㈜ 고위 관계자는 “표 대결로 내년 주총에서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올해부터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 최 회장의 의지”라고 말했다.

한편 SK㈜에서 물러난 손 회장에 대해 참여연대가 SK텔레콤 이사직마저 사퇴할 것을 종용하고 있어 그룹 내 무게중심은 최 회장 쪽으로 급속하게 옮겨질 전망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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