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이은우/장미빛 개발案 투기꾼만 배불려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36분


최근 정부가 전국에 40여개의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섣부른 발표가 땅 투기를 초래해 결국 아파트 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집 값 안정을 위한다는 정부의 ‘신도시’ 정책이 왜 아파트 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을까요.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신도시 후보지 일대의 땅 값이 오릅니다. 땅 투기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이번처럼 구체적인 신도시 예정 지역을 밝히지 않은 채 엄청난 규모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으면 웬만큼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은 모두 투기 바람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땅 값이 오르면 땅을 수용하는데 드는 비용도 늘어납니다. 신도시를 조성할 때 땅 주인들에게 보상비를 주고 땅을 수용해야하는데 이 때 보상비가 증가한다는 얘기지요.

실제 토지 보상은 개발 계획이 발표된 후 몇 년이 지나 땅 값이 오른 시점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상비가 증가하면 택지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높은 값에 택지를 공급받은 업체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핑계로 분양가를 높이게 됩니다.

결국 실수요자들은 높은 분양가를 치러야 하고,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이익은 투기꾼들이 가져가는 셈이지요. 이는 신도시와 인접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개발계획을 발표하거나 개발설이 나돌고→땅 값이 뛰고→건설업체의 땅값 비용이 늘고→분양가격이 높아지는 악순환 구도가 성립됩니다. 물론 정부는 투명한 정책을 위해 신도시계획을 미리 발표하고 주민 공람을 거칩니다. 또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취합니다.

문제는 한꺼번에 수십 개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에 20개 이상 신도시를 만든다면 수도권의 거의 모든 지역이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며 투기 바람에 휩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토지 수용 가격을 수용 시점이 아니라 최근 5년간 평균 가격으로 정하기도 합니다. 이런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정부가 인기만 의식한 정책 발표로 땅 값을 부추기지는 않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은우 경제부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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