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이번 투자는 한국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은 물론 한국의 대외신인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외국인투자 중 최대규모는 지난해 8월의 미국계 사모(私募)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10억달러)였다.
씨티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한미은행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칼라일 펀드가 갖고 있던 한미은행 지분 36.6%를 인수하고 나머지 주주의 지분도 증권거래소에서 사들여 지분을 최소 80%에서 최대 100%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대주주와 소액주주들로부터 주당 1만5500원에 지분을 사들이기로 했으며 주식을 모두 사들이는 데 필요한 금액은 27억3000만달러라고 밝혔다.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기업투자금융부문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롱은 기자회견에서 “한미은행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이유는 씨티그룹의 한국 영업조직과 한미은행 조직을 완전히 통합해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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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서는 씨티은행이 8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상장(上場)을 폐지하고 한미은행을 씨티은행의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씨티은행측은 “(상장 취소는) 아직까지 확고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점 12개, 총자산 11조원인 한국의 씨티은행 지점과 지점 225개와 총자산 43조원인 한미은행이 통합되면 규모상으로 국내 5위의 은행이 된다.
이날 하영구(河永求) 한미은행장은 “이번 인수합병은 사모펀드가 아닌 외국의 전략적 투자가가 한국의 은행산업에 진출한 첫 사례”라며 “특히 세계 1위 금융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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