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캐피탈, 현대캐피탈 인수 가시화

  • 입력 2004년 2월 24일 15시 11분


세계적 할부금융회사인 GE캐피탈이 현대캐피탈 지분의 40~49% 인수를 추진하는 등 지분 매각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르면 3월 초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고위관계자는 24일 "GE캐피탈이 최근 현대캐피탈 지분 49%를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투자자금은 최대 5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매각협상=현대차 그룹과 GE 측의 제휴는 지난해 5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방한 때 시작됐다.

GE는 국내 자동차할부시장을 비롯한 소매금융에 진출하고 현대차는 GE를 통해 국내시장에서의 자금조달과 미국시장 공략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게 제휴의 골자.

협상의 쟁점은 지분의 규모. GE 측은 49%를 요구했지만 현대차 측은 40~43%가 적정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지분이 △현대차 그룹 92.69% △우리사주조합 6.18% △기타 1.18% 등으로 구성돼 49%를 넘겨줄 경우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GE는 어느 나라에 진출하든 특유의 경영전략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만큼 경영에 일정 정도 참여할 것"이라면서도 "주도권은 현대차가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금융사 진출 봇물=GE캐피탈뿐만 아니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계열사인 GMAC도 최근 삼성카드와 합병한 삼성캐피탈과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할 전망이다.

합작사가 설립될 경우 GM대우차와 쌍용차를 판매하는 대우자동차판매는 GMAC을 통해 자동차 할부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프랑스의 르노도 금융계열사인 르노크레디트(RCI)를 통해 르노삼성자동차의 할부금융을 맡게 할 예정이다.

외국계 금융회사가 한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자동차할부금융이 고수익사업인데다 국내의 운용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선진 자동차회사의 경우 자동차사업부문보다 금융부문의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다.

2002년 미국의 GM과 포드의 비(非)금융부문 영업이익률은 각각 0.1%, -0.4%였지만 금융부문은 9.9%, 7.5%였다.

또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이 연간 10조원 규모에 이르고 할부금융 금리를 신차 연 8% 내외, 중고차 연 20% 내외로 자국보다 2%포인트 가량 높게 운용할 수 있다.

▽국내시장의 변화=국내 할부금융회사도 외국계와 제휴하면 △부실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저리(低利)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며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는 등의 장점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GE와 제휴할 경우 풍부한 자금과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는 등 판매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이동원 애널리스트도 "국내 할부금융사들은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은 편"이라며 "GE가 공격적으로 판매에 나서면 신용도 심사가 까다로워진 내수 시장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도 선진 금융기법의 혜택을 누릴 전망.

GM대우 관계자는 "GMAC는 국내시장에 진출해 중고차 할부금융의 금리를 크게 낮추고 대리점 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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