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이수영신임회장 인터뷰…“기업본능 막지 말라”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25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4일 정기총회를 열고 이수영(李秀永·사진) 동양제철화학 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했다.

또 김영배(金榮培) 전무는 상임부회장에, 김창성(金昌星) 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 회장은 회장직 수락 인사말을 통해 “국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힘든 자리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하지만 앞으로 누구나 맡고 싶은 자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김 전 회장의 8개월에 걸친 ‘구애’로 어렵사리 회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1970년 설립됐지만 이 회장이 네 번째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의 부친인 고 김용주(金龍周) 전 전남방직 회장이 설립 후 1982년까지, 이동찬(李東燦) 코오롱 명예회장이 1996년까지 회장을 맡았다. 이후 후임자가 없어 1년 동안 회장은 공석이었고 다시 창립자의 아들인 김 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만큼 노사관계에서 사측을 대변하는 경총의 역할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회장도 노사관계로 말을 이었다.

“많은 중소기업인을 만나면 우리 기업들의 ‘중국으로의 탈출’을 실감할 수 있다. 이들이 자기 집을 등지는 가장 큰 이유는 노사갈등 때문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서민경제의 주력인 중소기업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가적 화두인 신규 일자리 창출이나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적지 않다”며 “이를 위해 과거와 같은 노사관계는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조활동이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부 노조의 경우 타사의 노조와 경쟁해 필요 이상으로 앞서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기업은 가만히 두면 재생산과 재투자에 나선다”며 “정부는 기업의 이런 본능을 막는 저해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없애려는 노력에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대표적인 ‘개성상인’으로 손꼽히는 부친 이회림(李會林·87)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68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양화학공업에 입사해 부친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가족은 대학교수를 지낸 부인 김경자(金京子)씨와 2남1녀. 주량이 상당한 수준이며 취미는 등산과 싱글 수준의 골프. 영어회화와 인터넷 사용에도 능하다.

한편 경총은 “민주노동당 후보 2, 3명의 국회 원내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대응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최근 4년 동안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친노(親勞)성향 등 의정활동을 평가해 3월 초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확정하려던 ‘2004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안’은 회장단이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확정을 연기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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