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수표 부도율 5년만에 최고…소규모 자영업 경영난 심각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25분


지난해 가계수표 부도율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올해 들어서도 높은 부도율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가계수표는 주로 시장 상인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에 의해 자금 결제용으로 쓰인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수표 부도율은 2.1%로 가계수표 당좌수표 자기앞수표 약속어음 등을 포함한 ‘어음 및 수표’의 평균 부도율 0.17%를 크게 웃돌았으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9%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가계수표 부도율은 1999년 1.5%, 2000년 1.2%, 2001년 1.0%, 2002년 0.7% 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계속 낮아지다가 지난해 갑자기 전년의 3배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또 올해 1월 중 가계수표 부도율도 2.1%로 평균 부도율(0.13%)의 16배나 돼 새해 들어서도 자영업자들의 경영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율 상승으로 가계수표 부도액도 크게 증가해 2001년 1725억원, 2002년 1514억원이던 부도액은 지난해 2403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해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의 부도율은 각각 0.1%와 0.3%에 머물렀다. 비교적 규모가 큰 중소기업이 당좌수표, 약속어음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영세상인들의 경영상태가 지난해 더 많이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한근(尹漢根)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가계수표는 당좌수표나 약속어음 등을 쓸 수 없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가계 당좌예금을 근거로 발행하는 결제수단”이라며 “소비 및 내수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악화가 계속되고 있어 부도율이 쉽게 낮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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