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 금호전기의 ‘사업구조 변신 성공비결’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25분


《“금호전기 하면 떠오르는 상품은?” “번개표 형광등.” 절반만 맞는 대답이다. 금호전기는 한때 국내 조명기기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가던 형광등 제조업체였다. 그러나 지금은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업체로 바꿔 부르는 게 정확하다. 외환위기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이 회사는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금호전기처럼 벼랑 끝에 몰린 한계기업이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춘 ‘알짜기업’으로 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매출구조를 돈 되는 신규사업으로 전환한 결과다. 》

▽고부가가치 첨단기업으로 변신=금호전기는 성장성이 떨어지는 조명기기 사업의 투자를 줄이는 대신 축적된 형광램프 기술을 바탕으로 LCD부품 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LCD의 광원으로 쓰이는 냉음극선 형광램프(CCFL)를 생산하며 첨단IT업체로 변신한 것.

금호전기는 LCD TV와 휴대전화 수요가 급증한 데 힘입어 지난해 전년 대비 15.4% 늘어난 11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52%가 CCFL과 백라이트유닛(BLU)의 매출이었다. 순익은 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0.7% 증가했다.

형광등을 만들 때는 인건비 부담이 컸다. 외환위기 이후 직원의 60%를 감원해야 했다. 하지만 IT부품업체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나선 직원 300명을 새로 뽑았다. 올해 들어 경기 오산공장은 설 연휴를 제외하고 24시간 풀가동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5개 생산라인을 늘릴 계획.

이 회사 전진우 재무팀장은 “올해 LCD부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국내 생산라인은 고부가가치 사업인 LCD부품 중심으로 바꾸고 조명기기는 중국 현지 생산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불황은 핑계, 바꾸면 잘 나간다=서태지 7집 음반으로 주목을 받은 국내 최대의 음반 제작유통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겨 음반시장의 불황을 돌파한 사례.

지난해 음반만 판매해 매출액 162억원에 132억원의 적자를 낸 예당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40명의 음반제작 인력을 6명으로 줄였다.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온라인 음악 서비스 인력을 11명으로 늘리고 온라인 게임, ‘겨울 연가’ 등 드라마 OST음반 수출 등에 투자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 이 회사는 올해(6월 결산) 매출액 365억원에 순이익 64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내수 음반 이외 매출 비중이 58.7%에 이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예당 김준범 경영전략팀장은 “음악 콘텐츠를 이용한 수익모델이 자리를 잡으면서 투자자들의 방문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위기에서 사업구조 변신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변화의 코드’를 읽어라=최근 1년 새 주가가 150% 정도 오른 삼성SDI는 CRT(TV와 컴퓨터 모니터 브라운관) 시장의 쇠퇴기를 읽고 매출구조를 성공적으로 전환한 사례로 꼽힌다. 삼성SDI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모바일 디스플레이, PDP, 2차전지 등 비CRT사업의 매출 비중(53%)이 주력 사업인 CRT사업(44%)을 넘어설 전망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삼성SDI는 신규사업으로 매출구조 전환, CRT시장 축소에 따른 경쟁업체 감소, 대형TV용 고부가가치 CRT사업 강화 등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PCM(CRT 화질을 조정하는 핵심부품)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자화전자도 CRT시장 축소에 대비해 휴대전화용 진동모터 사업을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원이 되는 알짜사업)로 키워 주목을 받고 있다. 진동모터 매출 비중은 2002년 6.6%에서 지난해 24.4%로 늘었다.

주력사업과 핵심역량을 공유하는 변화 모델도 성공 확률이 높다.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이 주력 제품인 태평양제약은 건강 기능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건강 기능식품 매출이 지난해 전년 대비 80%, 올해는 40% 이상 성장할 전망. 건강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모기업인 태평양의 방문판매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시장의 흐름과 기술의 변화를 읽고 주력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신규 사업에 적기에 투자하는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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