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기업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강도를 다소 낮추겠다고 밝힌 것은 ‘규제’를 축으로 했던 현 정부의 초기 정책기조에서 보면 상당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헌재(李憲宰) 경제팀’ 출범 후 주목하던 재계는 이 같은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의 선회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공정위가 24일 발표한 ‘향후 부당내부거래 조사방향’은 “자율적으로 부당내부거래를 하지 않는 기업은 조사 부담을 덜어주고, 잘못하는 기업만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룹 계열사간의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한 정부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대신 부당내부거래를 자제하는 그룹은 공정위의 조사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철규(姜哲圭) 공정위원장은 “부당내부거래 관행이 전반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재계는 공정위의 일괄 조사 관행에 대해 큰 부담을 느껴왔다.
작년에만 해도 공정위는 삼성 LG SK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 등 6개 그룹에 대한 조사방침을 3월에 발표했고 6월 9일부터 7월 말까지 38명의 직원을 동원해 일괄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받는 그룹들은 두 달 가까이 상주하는 공정위 직원들에게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앞으로 일제조사가 중단되면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고 해서 뚜렷한 혐의도 없이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석(金鍾奭)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재벌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부당성이 큰 내부거래를 상시적으로 점검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기업활동을 부추기기 위한 규제완화를 약속하고 공정위의 대규모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자제하는 등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기업 옥죄기’에서 ‘기업 지원’으로 변화할 조짐이 보이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출자총액제한과 함께 공정위의 주요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대기업 정책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주요 그룹의 임원은 “이 부총리가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강 위원장도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정부 규제를 바꿔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 정책의 방향이 전반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신(新)산업이 창출되지 않고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며 “정부가 기업가 정신을 지원하고 산업역동성을 되찾으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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