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代 직장인 신종 재테크 '契테크' 열풍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53분


《회사원 이모씨(34)는 지난달부터 난생 처음 한 달에 50만원씩 ‘곗돈’을 붓기 시작했다. “1년이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권유에 귀가 솔깃해졌기 때문. 이씨는 “은행 예금보다 이자가 3, 4배 정도 높은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5개월째 친척들의 계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회사원 김모씨(27·여)는 “예전에는 계라고 하면 어쩐지 촌스러워 관심이 없었는데 내년쯤이면 1000만원 정도의 곗돈을 탈 수 있을 것 같다”며 “적금 든 기분으로 첫 월급부터 꼬박꼬박 붓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40, 50대 주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 왔던 ‘계’를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20, 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수익률이 15%를 웃도는 데다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어 저금리시대에 젊은이들의 목돈마련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하지만 20, 30대의 경우 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원금마저 날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계가 깨질 확률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

특히 노련한 주부들과 달리 계 ‘초보’인 20, 30대의 경우 높은 이율을 보장한다는 말에 성급하게 계를 선택하거나, 높은 수익률을 위해 순번을 늦게 배정받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볼 확률이 크다.

A여대 4학년 최모씨(24)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동네 주부들과 함께 계를 시작했다가 원금조차 받지 못했다. 계원 한 명이 남편의 사업실패로 곗돈을 붓지 못해 계가 깨졌던 것.

회사원 이모씨(35) 역시 고향 사람들과 함께 참여했던 계가 깨지는 바람에 600만원을 날렸다. 이씨는 “계주를 경찰에 고발할 수는 있지만 돈은 되찾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계 3개의 계주를 맡고 있는 주부 한모씨(50)는 “요즘은 계주가 곗돈을 가지고 도망치기 때문이 아니라 계원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계가 깨진다”고 말했다.

한씨는 “젊은 사람들은 나중에 목돈을 타기 위해 순번을 늦추다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정유진 과장(34)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은행 이자가 낮기 때문에 20, 30대 가 계에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며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계는 수익률은 조금 높을지 모르지만 안정성이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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