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운용 아웃소싱(out sourcing)을 위한 운용사 선정작업에 들어가면서 일부 투신운용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이다. 이들은 선정기준의 하나인 펀드 수익률 평가 및 순위 매김 방식에 문제가 있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작년 초 SK네트웍스(당시 SK글로벌) 채권과 카드채 등 부실채권이 펀드수익률 산정 과정에서 빠졌다는 것.
당시 ‘카드채 대란’ 등으로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이들 채권은 사실상 거래 중단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자산운용협회는 문제가 된 부실채권을 제외한 채 나머지 편입 채권들의 기준가격 정보를 펀드평가회사들에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내놓은 펀드별 수익률 순위는 정상적인 채권만을 근거로 산정된 셈이다.
자산운용협회는 “부실채권의 당시 상각비율과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수익률 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투자자 보호 및 환매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제의 채권을 제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부실채권을 대량 편입했던 운용사와 그렇지 않은 쪽의 차별화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견 투신운용사 사장 A씨는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온 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작년에 문제의 부실채권을 전혀 편입하지 않은 이 운용사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중하위권으로 처져 곤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투신운용사 사장 B씨는 “높은 위험을 감수한 운용사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운용 성과에 대한 일종의 ‘분식회계’가 아니냐”며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소지도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런 우려는 국민연금과 농협, 정보통신부 등 ‘큰손’ 기관투자가들의 선정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다시 높아진 상태.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부터 처음으로 채권 등 운용의 일부를 아웃소싱으로 외부 운용사에 맡길 예정. 그 규모는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일부를 아웃소싱해온 주식 투자의 경우도 위탁 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노리는 투신업계의 입찰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펀드평가나 제로인 등 펀드평가 회사들은 운용사들의 불만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수익률 산정기준에 부실자산이 빠져있다는 점을 주석으로 달아 밝히고 있는 만큼 평가의 공정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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