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의 하성임 상무는 “대한전선은 기존 재벌의 사업 다각화 전략 차원이 아니라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며 “미국의 전설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뭉쳐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그룹 오너가 구조조정본부를 통해 계열사를 통제하는 재벌의 틀을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15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투자회사이자 보험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 등 미국의 초우량 기업 60여개에 투자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투자한 회사의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이득과 배당 등 투자이익만 추구한다.
재계에서는 이를 일종의 ‘제조업의 투자회사로의 변모’ 실험으로 보고 대한전선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투자는 하되 경영은 하지 않는다=대한전선은 무주리조트와 쌍방울에 경영진을 파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회사에서는 경리담당 부장을 파견해 자금 흐름이 투명한지만 체크한다.
무주리조트와 쌍방울의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대한전선은 진로 등 앞으로 인수할 회사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대한전선은 또 사업지주회사이면서 투자회사 성격이 가미됨에 따라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김정훈 부사장은 대한전선의 전선 제조 및 영업을 담당하고, 임종욱 부사장은 투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회사 물색을 담당한다. 보험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투자업무를 하는 버크셔 헤서웨이를 모델로 적용한 것.
▽대한전선의 힘=대한전선은 1950년대 재계 서열 4위였던 대한그룹의 주력회사. 이 회사 설원량 회장(62)은 그룹 창업자인 고 설경동 회장의 3남이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일관해오던 설 회장이 이런 형태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기존 주력사업인 전선제조업이 더 이상 확대가 쉽지 않은 쇠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그러나 대한전선은 1955년 창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알짜기업이다. 1981년 이래 누적 순이익이 3500억원에 이르고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도 1조원에 이른다. 올해도 1조3500억원의 매출에 1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LCD나 반도체 등 신규사업은 위험이 많이 따른다고 판단한 것.
1982년 가전사업부를 대우그룹에 넘겨주고 1999년 알루미늄사업부를 캐나다 알칸사에 넘긴 쓰라린 경험도 작용했다.
따라서 대한전선은 여유자금으로 M&A 시장에 나온 알짜배기 회사를 인수해 회생시키는 방법으로 투자수익을 얻기로 한 것. 대한전선은 지금까지 M&A에 55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하 상무는 “대한전선은 결코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한 회사의 기업 가치를 올려 투자수익을 얻는 새로운 수익모델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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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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