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임직원에 옥중 e메일 고별사

  • 입력 2004년 2월 25일 15시 25분


"이제 작별의 인사를 드려야 할때가 됐습니다. 과거의 모든 낡고 어두운 구태(舊態)를 함께 짊어지고 SK 경영 일선에서 떠나고자 합니다"

SK텔레콤 이사직 사퇴를 끝으로 SK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손길승 회장이 25일 임직원들에게 이별을 알리는 e메일을 보냈다.

손 회장은 65년 그룹 공채 1기로 입사해 '직업이 기조실장'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20년 동안 그룹의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SK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1등공신으로 꼽혀왔다.

SK 50년 역사 가운데 40여년을 써온 손 회장이지만 지금은 감옥에 갇혀 작별인사도 e-메일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손 회장은 "지난 세월 여러가지 부족함과 미숙함으로 피할 수 없었던 과거는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재벌의 성장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던 정경유착과 비자금 조성 및 정치자금 제공의 폐해를 지적한 것.

그는 "잘못된 관행과 구습은 과감히 타파하고 밝은 기운이 충만한 새로운 기업으로 일신해나가야 한다"며 "제가 경영일선에서 떠나는 것은 새로운 SK로 거듭나기를 염원하는 충정"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임직원 여러분들께 고통을 드리게 되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이제 물러나지만 항상 SK가 잘 되도록 염원하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업자인 고 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2대 회장의 가르침 속에 자라왔고 그동안 경영능력과 자질을 갈고 닦아온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SK가 세운 비전을 반드시 이뤄내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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