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이 나서 달라”=이 부총리는 이날 “각 은행이 3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확대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채권을 회수하면 시장에 문제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회수가 한꺼번에 이뤄질 경우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는 정부의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또 “은행이 ‘자체적으로 위험을 판단해서 회수하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3년 전 빌려줄 때의 위험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에 문제가 나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심리적 압박’을 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가 취임 이후 금융기관장과 처음 만난 이날 간담회에는 국책, 시중, 지방은행장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17명이 참석해 향후 경제 운용 방향과 각종 금융 정책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 분위기는 대체로 우호적이었지만 이 부총리가 은행장들에게 ‘원칙’과 ‘책임’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정부는 시장을 거스를 힘도 없다”=이 부총리는 한편으로는 ‘읍소 작전’도 폈다. 그는 “정부는 시장을 거스를 힘도 수단도 없고, 유일한 것은 협조를 부탁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면서 LG카드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 은행장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이와 함께 “LG카드를 처리하는 데 있어 다른 좋은 방안을 찾기는 어렵다”며 “은행장들이 양보해가면서 문제 해결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LG카드 문제가 해결돼야 신용불량자와 금융시장 불안정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자기 부담만 털고 빠져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으며 은행이 완충장치가 돼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
정부의 시장 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롱텀 캐피털 위기를 넘긴 사례를 들며 “앞으로 한국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면 시장 친화적이고 종합적으로 사안을 분석하되 대책은 한 번만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장들, “일단 협조하겠다”=간담회가 끝난 후 김석동(金錫東)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은행장들은 신용불량자에 대한 정부의 협조요청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조기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 “가계대출 연장에 대해서는 여러 은행장들이 ‘연착륙에 문제가 없다. 만기가 도래해도 다른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이미 만기 연장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을 함께한 경우 신용대출을 가계대출로 넘겨 장기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급격하게 대출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김 국장은 덧붙였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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