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먹구름’ 국내로 몰려올까… 외국인 매수심리 위축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52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힘겨루기.’

심리적 지지선 붕괴를 코앞에 놓고 주춤거리는 미국 증시를 표현한 말이다.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조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국내 증시를 뒷받침해온 미국 나스닥 지수가 연일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점이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형 관련 종목들도 그 영향 때문에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증시 관계자들은 나스닥 지수의 향후 움직임이 조정국면에 있는 국내 증시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스닥 지수 어디로 가나=나스닥 지수는 현재 ‘기로에 서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동안 지지선 역할을 해온 60일 이동평균선(최근 60일간 주가를 순차적으로 평균 낸 다음 각 평균점을 이어 만든 그래프로 중기지표 추세를 보여줌)을 깨고 밑으로 떨어져 버린 것. 닷새째 내림세를 이어가며 24일엔 장중 한때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막판에 간신히 2,005.44까지 올라왔지만 1월 26일 고점에 비해서는 7% 가까이 떨어졌다. 하락폭도 다우지수와 S&P500 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

1차적인 원인으로 기술주와 인터넷주 등 정보기술(IT) 관련기업들의 주가 부진을 들 수 있다. 인텔이 보수적인 매출 전망치와 실망스러운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익성 둔화에 대한 우려감도 고개를 들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 반등을 제외하면 사흘 연속 하락했다. 미 컴퓨터 전자제품의 신규 주문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다.

대신증권 봉원길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탓도 있지만 IT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히 반영됐다”며 “이는 국내 주가 하락에 가장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작년 3월 이후 계속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 △공장가동률 등 일부 지표가 2002년 이후 최고점 수준에 이른 점 △전날 발표된 미국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돈 점 등도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그렇다고 상승 흐름이 꺾였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자금 동향이나 경기 전망 등을 근거로 2004년을 길게 놓고 봤을 때 아직 추세 전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게다가 하락폭이 큰 만큼 조만간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일부 해외증시 전문가들은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걱정한다. 대우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조정의 폭과 기간을 시험하는 무대에서 나스닥 지수가 단기간에 회복하지 못한다면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매수 강도도 한 템포 쉬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위원은 “시장이 추가 상승을 예상하면서도 그 근거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하다”며 “3월에 나올 고용 관련 지표와 공장가동률 등 수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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