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유업 ‘눈물의 증시 퇴출’…해태그룹 계열사로 오해받아

  • 입력 2004년 2월 26일 18시 36분


1980년대 중반 ‘튼튼 우유’를 내세워 흰 우유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해태유업이 다음달 증시에서 이름을 내리게 됐다. 1979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 25년 만의 일이다.

증권거래소는 해태유업이 2002 사업연도 감사 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다음달 11일 상장 폐지된다고 26일 밝혔다.

해태유업은 지난해 증권거래소의 상장 폐지 결정에 반발해 서울남부지법에 무효확인 소송을 냈지만 최근 기각돼 상장 폐지가 확정된 것.

해태유업측은 다음달 2일부터 10일까지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상장 폐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태유업의 모체는 1963년 설립된 대한식품공사. 이 회사는 1973년 해태제과에 인수되면서 해태유업으로 회사명이 바뀐 것. 해태유업은 ‘해태’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해태유업은 1989년 해태제과에서 분리돼 ‘해태’라는 브랜드만 쓰는 별개 회사가 됐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해태’와의 인연은 악연이 되고 말았다. 외환위기 이후 해태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해태유업까지 흔들리기 시작한 것. 해태그룹의 계열사라는 오해를 받아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끊기고 거래처까지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1997년 매출액 19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던 해태유업은 해태그룹 부도 11개월 만에 매출액이 450억원 정도 빠지면서 1998년 부도를 맞았다.

해태유업은 1999년 화의에 들어가면서 경쟁사인 롯데햄우유에 공장을 매각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상장 폐지’라는 악재가 터져 나왔다.

해태유업 관계자는 “해외 자금 유치 직전에 상장 폐지 결정이 나면서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국 550여곳의 영업망을 아직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기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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