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석남산업공단에서 아파트용 가스보일러 부품 및 정밀기계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젠텍 김재우(金載祐·42) 사장은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원자재난은 약 6년 만에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체감경기도 지난해 말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철근과 철골의 가격상승과 품귀(品貴)로 건설업계는 공사 중단 위기를 맞고 있으며 페트병 등의 가격 인상으로 식음료 제품값까지 들썩이고 있다.
▽중소기업 원자재난 5년10개월 만에 최악=기업은행은 2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206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월 중 중소제조업 동향’을 조사한 결과 원자재 조달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작년 12월의 16.8%보다 12.1%포인트 증가한 28.9%였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3월의 35.2% 이후 5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98년 4월에는 25.6%로 이번 조사보다 3.3%포인트가 낮았다.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도 작년 12월의 29.7%보다 5.3%포인트 늘어난 35.0%로 조사됐다. 이 비율이 30%를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소 제조업체 체감경기 악화=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연간 매출액 10억원이 넘는 신용보증 이용업체 17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올 1·4분기(1∼3월)의 실적 BSI는 82로 지난해 4·4분기(10∼12월)의 103에 비해 급락했다고 29일 밝혔다.
BSI가 100 미만이면 현재 실적을 나쁘게 평가하는 업체가 좋게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이며 100을 초과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또 2·4분기(4∼6월) 경기전망 BSI는 97로 작년 말 중소 제조업체들의 올 1·4분기 전망치 104에 비해 낮아져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 업체들은 경기 전망을 나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 ‘원자재 가격 상승’(36.8%)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국내 수요 감소’(30.3%), ‘자금사정 악화’(27.5%) 등의 순이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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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3월 대란설’…아파트 공사중단 위기
▽건설업계 ‘3월 대란(大亂)설’ 현실화 조짐=건설업계는 성수기인 3월로 접어들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철근, H형강 등 철강재와 건설용 모래의 재고가 급감해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 말 t당 40만7000원이던 철근(지름 10mm 기준)값은 올 들어 세 차례나 인상되면서 최근 t당 53만원까지 뛰었다. 또 수도권 모래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천 옹진군의 모래 채취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차질이 빚어져 ‘모래 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한 대형건설업체의 고위 임원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건자재 재고 확보를 위한 사재기가 불가피하다”면서 “일부 아파트의 공사 중단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은 식음료값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칠성은 최근 캔과 페트병 납품업체들이 납품가격을 10∼20% 인상해 달라고 요구해옴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해태음료는 캔과 페트병, 병 등의 납품가격 인상을 놓고 업체들과 협상중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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