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인사 '부익부 빈익빈' 가져

  • 입력 2004년 3월 1일 14시 15분


최근 성과주의 인사가 강조되면서 '조직 내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의 부작용 완화가 인사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과주의는 생산성향상, 실력주의의 정착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하지만 상대적인 박탈감, 동료들 간의 지나친 경쟁, 업무노하우의 전수기피, 단기적인 성과 치중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거나 도입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박지원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천편일률적인 보상제도 도입시기를 거쳐 기업문화, 해당 산업의 특성에 맞게 보상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깨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과주의 도입초기에 가졌던 '무조건 개인별로 차등화된 보상을 금전적으로 해야 하고 또 차등 폭이 클수록 좋다'는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

▽심화되는 기업 내 위화감=1월 말 삼성전자는 목표를 넘는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급 (Profit Sharing)을 지급했다. 연봉과 15개 사업부서마다 달리 주어진 성과급까지 감안하면 부장의 경우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더라도 연봉이 2배까지 차이가 난다.

하나은행의 투자금융그룹의 경우에는 이익금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금융그룹의 일부 직원들은 경기가 좋을 때는 일반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비해 몇 배나 높은 성과급을 챙겼다.

이제 각 기업에서 입사동기라도 직급이 차장, 부장, 임원까지 퍼져있는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연공서열 인사 관행이 깨지고 발탁인사가 많아졌기 때문.

해고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최하위등급 평가자들의 불만처리도 문제.

모 그룹 인사팀의 관계자는 "성과주의 인사는 최하위 등급을 연이어 받는 직원은 퇴출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한국에서는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하위등급을 받은 뒤 업무 의욕을 잃은 일부 직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1997년 일본 사와이 제약은 과장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했다가 2000년 연봉제를 철회했다. 직원들이 개인성과만을 중시하게 되고 조직력이나 팀워크가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후지쓰 역시 성과주의 위주의 인사를 완화시켰다. 성과위주의 제도를 너무 성급하게 도입, 조직 내 분위기가 너무 삭막해지고 직원들이 단기적인 목표달성에만 치중하는 부작용을 가져왔기 때문.

미국의 메이저 리그 야구팀들은 최근 최고연봉 선수 영입경쟁을 자제하고 있다. 연구결과 팀 내 선수들 간에 연봉 격차가 클수록 승률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

▽기업들의 대응=의류업계에서 성과주의를 가장 먼저 도입한 이랜드는 인사제도를 매년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성과급의 상한을 기본급의 1100%로 정하고 성과급을 브랜드 사업부별로 주고 있다. 지나치게 위화감을 주는 규모의 성과급과 개인 성과위주의 보상은 회사 분위기를 해친다는 판단때문.

또 지식경영 시스템을 도입, 업무 노하우를 회사에 전파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업무 노하우 전파 자체를 평가항목에 포함시켜 내부 경쟁으로 업무 노하우 전수기피현상을 보완한 것.

현대차는 작년부터 평가 및 보상의 격차를 크게 축소시켰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연봉격차가 커지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아지고 조직 내 위화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회사 내 핵심인재를 내부적으로 선정하지만 임원이 되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적인 정서상 핵심인재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고 동료들로부터 지나친 견제를 불러오기 때문.

최하위 등급 고과자의 수를 줄이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퇴출이 어려운 상태에서 최하위 등급 고과자의 수가 많으면 조직내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팀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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