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엎친 데 덮친 원자재難

  • 입력 2004년 3월 1일 18시 49분


기업의 원자재난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성수기로 접어든 건설업계에서는 철근과 모래 부족으로 일부 아파트 건설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웃돈을 주고도 철강을 구할 수 없게 되자 학교 교문과 도로 표지판을 떼어가는 범죄까지 일어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품귀는 고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국의 ‘싹쓸이’에, 경기회복 흐름을 탄 미국 등 선진국의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비롯된 국제적인 현상이다. 이는 올해 새삼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가시화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충분한 사전 대비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에야 본격적인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때늦은 대책이라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원자재 대란도 걱정이지만 이런 근시안적 정책 감각으로 세계경제의 ‘블랙홀’이라는 중국의 흡인력에 우리 경제가 견뎌낼 수 있을지 더 불안하다.

정부는 부족한 수습책이지만 관세 인하와 사재기 단속 등 이미 발표한 대책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 나아가 중장기 원자재 수급 전망에 바탕을 둔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인위적으로 국내 원자재 가격을 국제가격보다 낮게 묶어 두는 정책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줄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자재난은 한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수출에 타격을 주고 내수경기의 회복을 지연시킨다. 또 국내 물가를 끌어 올려 서민생활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 심각성을 생각할 때 원자재난 극복에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원자재 공급업체들은 사재기와 공급지연 등 이기적인 행동을 삼가야 한다. 철강업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고철 모으기 운동’에 대한 일반 국민의 폭넓은 호응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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