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율 15년6개월 만에 최고=산업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94억6000만달러, 수입은 174억900만달러로 20억51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이는 2월 수출입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다. 특히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출 증가율은 45.9%로 1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누적 수출액은 384억6000만달러, 수입은 335만31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9.1%, 18.3% 늘었다. 무역수지 흑자도 작년 9월부터 6개월째 지속됐다.
▽내수 부진은 외환위기 수준=내수는 위축되다 못해 일부 업종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로 악화되고 있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현재 5개 완성차 업체의 재고 물량은 11만8500대에 이른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1·4분기(1∼3월)의 12만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金小林) 이사는 “내수 판매의 적정 재고량은 2주일 치인 5만∼6만대”라며 “12만대를 위협하는 재고량이 계속 유지될 경우 업체들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생산량 대부분을 내수용으로 출하하는 르노삼성차는 이미 작년 말 하루 2교대 근무에서 1교대로 전환해 생산량 축소를 통한 재고물량 조절에 나섰다.
주택업계도 재고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전국의 미(未)분양 아파트는 4만113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작년 12월 3만8261가구보다 2876가구(7.5%) 늘었을 뿐 아니라 2001년 7월(4만1502가구) 이후 2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4만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10·29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최근의 전반적인 내수 침체가 맞물려 매달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불균형 회복’ 불안 증폭=내수가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수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경우 일자리 창출, 신용불량자 감소, 금융시스템 정상화 등의 선순환 구조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원당 취업 유발 효과는 소비가 24명이지만 수출은 15.7명에 불과하다.
수출 자체가 막히면 경제 전체를 받쳐 줄 버팀목을 찾기 어렵게 된다는 취약성마저 안고 있다.
이미 국제 원자재 값 급등으로 지난달 고철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142.7%, 비철금속은 64.5%, 철강판은 63%나 느는 등 수출업체의 채산성 악화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산자부 이계형(李啓炯) 무역정책심의관은 “3월부터는 원화환율 하락, 원자재 값 상승 및 수급 불안으로 채산성이 떨어지고 수출 증가율 둔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발표한 올해 2·4분기(4∼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5로 1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100)를 넘었지만 원재료 가격(44), 제품 판매가격(92), 자금사정(81) 등의 경영여건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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