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공장 통합…보름 걸리는 대작업 5일만에 ‘뚝딱’

  • 입력 2004년 3월 1일 19시 02분


지난달 28일 팬택&큐리텔의 대형 생산장비가 기중기를 통해 팬택의 경기 김포시 공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김포=김태한기자
지난달 28일 팬택&큐리텔의 대형 생산장비가 기중기를 통해 팬택의 경기 김포시 공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김포=김태한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김포시 통진면 옹정리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의 김포공장. 장비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이 꼬리를 물고 공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팬택과 팬택&큐리텔의 공장 통합에 따라 경기 이천시 팬택&큐리텔 공장에 있던 장비와 자재를 옮기는 차량들의 행렬이었다.

두 회사는 7개월 이상 치밀하게 준비해 온 생산라인 통합 프로젝트를 이날 실행에 옮겼다.

2001년 팬택 박병엽(朴炳燁) 부회장이 큐리텔(현 팬택&큐리텔)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쟁사에서 계열사로 바뀐 두 회사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된 셈.

이번 작업은 계열기업의 휴대전화 공장을 두 곳에 운영하면서 생기는 비용을 줄이고 통합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근무체제도 임금 삭감 없이 2교대에서 3교대로 바뀌어 생산직 직원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양사는 공장 통합으로 연간 25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팬택&큐리텔이 쓰던 이천공장은 임대계약이 끝나 하이닉스반도체에 반환된다.

팬택 서상규 생산본부장(상무)은 “생산시설 운반에 2일, 장비 세팅에 2일, 시험가동 하루 등 이번 작업에 5일이 소요된다”며 “4일부터 모든 시설이 정상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공장 이전은 공장을 새로 꾸미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통 15일 이상 걸리는 대작업. 공장을 통째로 옮겨야 하고 이전 후 각종 정밀설비를 설치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수십 차례의 모의훈련을 통해 작업기간을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단축했다.

이번 작업에 따라 옮겨진 각종 장비는 15t 트럭 200여대 분량.

김포공장 오창근 생산팀 차장은 “공장 이전을 위해 기중기, 지게차 등 중장비는 물론 배송 전문인력 120여명이 투입된다”며 “휴대전화 생산장비는 1000분의 1mm의 정밀도가 요구돼 운반보다는 설치와 점검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따라 고가의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방수대책이 요구됐다. 오후 4시를 넘기면서 이천공장의 핵심 장비들이 도착하자 직원들의 몸놀림이 빨라졌다. 기중기로 운반된 장비들이 자리 잡기 바쁘게 10여명의 기술자가 달려들어 배선 및 기기 점검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도 기존 팬택 생산라인은 쉬지 않고 가동됐다. 수출 물량의 납기를 맞추려면 생산라인을 잠시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이전 작업에 따른 생산차질을 우려해 2월 이후 이날까지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면서 충분한 재고를 확보했다.

서 상무는 “김포공장의 스피드와 이천공장의 잘 짜여진 시스템이 결합하면 품질과 생산성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전화 생산라인이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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