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高鐵·사진)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시민단체의 분양원가 공개 주장에 잘못된 논리가 많다고 주장했다. 업체들이 40∼50%씩 폭리를 얻는다는 주장에는 수긍할 수 없다는 것.
그는 “2003년 건설업체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제조업계 전체에 비해서는 높지만 작년 주택업체가 이례적 호황을 누린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는 얘기다.
고 원장은 최근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땅값 상승, 시행사와 시공사의 분업, 건축법 개정 등을 꼽았다.
그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자금이 땅값 상승을 초래했고 이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땅값이 오르면 분양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과거 대형 건설업체는 토지 매입과 시공, 분양 등을 함께 맡았으나 최근 토지 매입은 시행사, 시공은 대형업체, 분양은 분양대행사 등이 나눠 맡고 있다.
이들이 각각 이윤을 챙기다 보니 분양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 또 건축법 개정으로 주차장 면적과 발코니 면적이 늘어난 것도 분양가 상승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고 원장은 또 “도대체 원가와 적정 이윤이 어디까지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 가치와 주택산업의 리스크(위험) 등은 금액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원가 공개 압력이 분양가 규제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이는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집값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주택공급이 10% 줄면 집값이 2.5% 상승한다”며 “자재, 하도급, 인건비 등 영업비밀에 속하는 분야까지 원가를 공개하라면 누가 주택사업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주택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원가 공개의 범위를 18평 이하 서민용 아파트로 제한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산업이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결과가 예측 가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헌동 본부장
▼“원가 공개땐 분양가 내릴것 개발이익 환수제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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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은 먹고 나서 돈 내지 않습니까. 아파트는 몇 평에 얼마라는 것만 알고 사는 것 아닌가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金憲東·사진) 본부장은 2일 최근 건설업계에서 표방한 ‘분양가 원가 공개 반대’ 논리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다. 원가 공개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완성품도 보기 전에 분양금을 내는 것이 타당하냐는 주장이다. 이 운동본부에는 벌써 1만여명의 네티즌이 실명으로 지지 의견을 남겼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건설업체들은 호경기 때도 5∼10% 이익이 남으면 대성공이라는데….
“수도권을 보자. 정부가 택지개발을 할 때 추첨식으로 건설업체들에 택지를 공급한다. 업체들이 평당 300만원에 구입해서 일반인에게 1000만원에 팔지 않나. 땅값 300만원, 건축비와 광고비 300만원을 빼도 평당 400만원은 남는다는 뜻이다. 그 돈은 비자금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개발시대 때부터 건설업계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치인, 심지어 이공계 학자와 교수 등과도 많은 결탁이 있어 소비자 중심의 정책운용이 쉽지 않았다. 이걸 혁파해야 한다.”
― 지방에는 10%도 분양 안 되는 곳도 있지 않나.
“최근 수도권에서 미분양 된 곳이 있나.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격형성구조에 대해 전혀 모른 채 건설회사들에 목돈을 주어야만 한다면 그건 진정한 시장경제가 아니다.”
-폭리는 건설업체와 도급계약을 하고 시공권을 준 시행사가 챙기는 것 아닌가.
“소비자 입장에서 시행사와 시공사를 엄밀히 구분하기 어렵다. 또 시행과 시공을 함께하는 업체도 많다. 현행 제도라면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해 시행사들의 이익을 실제 논, 밭, 임야를 갖고 있던 원주민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게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옳다.”
― 분양가를 낮추면 결국 자본력 있는 투기세력만 시세차익 혜택을 보지 않나.
“정부에서 공기업들로 하여금 싼 서민주택을 계속 공급케 하면 주변에 파급효과가 커져 결국엔 집값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턱대고 분양가를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자연스레 분양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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