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이 입학할 학생 수만큼의 교실이 완성되면 공사 일정이 상당 기간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공이 완료된 것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처사가 오히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완공됐다더니…=입학식이 열린 2일,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늘푸른고. 12학급, 417명의 학생이 새 교정을 둘러봤다. 본관 1∼3층 교실과 교무실 등은 비교적 정돈이 잘 돼 있었다. 그러나 본관 4, 5층과 별관은 전기시설 등 마감공사가 아직 진행 중이었다.
컴퓨터실과 어학실, 과학실 등 특별실 내부도 텅 비어 있었다. 한쪽에선 울타리 공사가 진행되면서 분진이 날렸고 운동장의 수도시설 등도 완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7학급, 200여명이 입학식을 한 인근 정자초등학교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도 담장 공사와 함께 운동장의 배수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와 맞닿은 곳은 소음이 심한 데도 천으로 된 임시 담장만이 쳐져 있었다. 도로엔 보도블록이 깔리지 않아 학생들이 등하교하기에 위험해 보였다.
학부모 박모씨(36)는 “교실은 공사가 끝났다지만 주변 환경이 너무 어수선해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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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학교 수두룩=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문을 연 학교가 경기 안양시 충훈고를 포함해 경기와 인천지역에 11개교라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곳만을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는 늘푸른고와 정자초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에선 학교 배정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충훈고조차 완공된 학교로 분류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지역에서 문을 연 학교는 특수학교 1곳을 포함해 모두 40곳. 교육청은 이 중 교실 주변의 토목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용인시 풍덕천동 신리초교를 비롯해 수원시 병점고, 이천시 효양고, 양주시 덕계고만을 완공되지 않은 학교로 구분하고 있다.
나머지 13개 초교와 11개 중학교, 3개 고교는 개교 후 최장 5, 6개월 동안 공사를 추가로 해야 하는 데도 완공된 학교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입학할 학생 수에 맞춰 교실이 갖춰진 만큼 이들 학교는 완공된 학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부족’ VS ‘준비부족’=교육청 관계자는 “내부 마감재까지 모두 완료된 상태에서 개교하는 것이 좋겠지만 학생 수는 급격히 늘고 예산은 부족해 부분 개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이택림(李澤林·43) 경기지부장은 “아파트 단지 안에 보도블록이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를 하라면 누가 들어가겠느냐”며 “하물며 건물조차 완공되지 않은 학교를 개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교 준공의 승인권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해당 지역 교육장, 고교의 경우 시도 교육감이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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