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식품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마늘빵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빵과 라면 등은 100% 우리 밀로 생산된다. 농약도 쓰지 않고 방부제를 넣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은 대신 몸에는 더 좋다고. 인천=하임숙기자 artemes@donfa.com
▽재고 없는 공장= 지난달 26일 오전 9시. 인천 남동구 고잔동 더불어식품 공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소한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공장 한 켠에는 라면 박스가 잔뜩 쌓여있다. 그 이유를 묻자 “라면에 방부제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 물류창고를 만들거나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게 이 회사 박종명 이사의 말이다. 여기 쌓인 라면은 인터넷 주문을 받은 물량으로 이날 중 다 배달된다.
다른 쪽에서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장판처럼 생긴 밀가루 반죽을 기계에 걸고 우동가닥을 빼내고 있다. 공장 바닥 곳곳에는 ‘강원도 횡성군 농협’이라고 쓰인 감자 박스나 ‘제주도’ 표시가 명확한 감자 전분, 국산 밀가루 등이 널려 있다.
이곳은 국산 농산물로 빵, 과자, 케이크, 만두, 어묵, 묵, 두부, 유부, 라면 등 총 110가지 제품을 만드는 더불어식품의 인천 1생산공장이다. 더불어식품은 유기농 전문 마트인 한살림이나 생활소비자협동조합(생협)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됐지만 98년까지 만성 적자회사였다. 건강식 바람이 불기 시작한 99년부터 사정이 좋아졌으며 2001년 개발한 세계 최초 감자라면이 히트상품이 되면서 지난해 매출이 250억원대로 올라섰다.
마케팅팀의 성종승 대리는 “농약과 방부제를 안쓴 국산 밀을 100% 쓰는 등 무농약이나 저농약 국산 재료를 가져와 제품을 만든다”며 “식품에 먼지 하나 묻지 않도록 직원들은 출근하면서부터 반도체공장처럼 에어샤워를 하고, 모자를 두 겹으로 쓴 뒤 작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제품은 100% 주문 생산된다. 감자라면은 1000원, 우동은 3500원 선. 일반 제품의 배가 넘는 가격이지만 폭주하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인기가 있다. 전국의 크고 작은 유기농마트들로부터 물건을 넣어 달라는 주문이 쏟아지지만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5월부터는 롯데백화점에도 납품한다.
“설탕이나 인공조미료가 들어간 제품보다 맛은 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이 회사 제품은 인터넷 사이트(www.derbuler.co.kr)나 TV 홈쇼핑, 한살림 등 전국의 유기농마트 등에서 살 수 있다.
▽도심 속 친환경 농장=서울의 동쪽 끝, 강동구 강일동 368의 9 일대에는 요새 도심에서 보기 힘든 비닐하우스가 15채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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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모자를 눌러 쓴 아주머니들이 하얀 스티로폼 위로 크게 자란 상추의 일종인 로메인을 따고 있는 비닐하우스 안은 온풍기 덕분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방원영농조합법인이 상추, 케일, 돌미나리 등을 재배하는 친환경 농장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수경재배를 한다. 밭에서 채소가 한 달 정도 자라면 물이 흐르는 판 위에 옮겨 심어 키우는 방식이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물을 대는 파이프라인이 곳곳에 있다.
수확된 농산물은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수원점과 한화마트, 유기농하우스 등에서 팔린다. 이곳에서 나오는 모듬쌈은 200g이 1700원으로 일반 야채 1000원 선보다 비싸다. 그러나 시중 유통되는 유기농 야채(2500원 선)보다는 싼데 그 이유는 생산과 유통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서영준 사장은 “1995년에 처음 무농약 야채를 내놓았을 때는 ‘농약을 안 치는데 왜 더 비싸냐’고 묻는 소비자가 많았다”며 “요즘은 비싸도 좋은 것을 먹는 소비자가 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원영농의 매출액은 약 20억원. 서 사장은 요즘 값싼 해외 유기농산물 때문에 걱정이 많다. 미국 중국 호주 등에서 대량 재배되는 값싼 호박이나 오이 등은 한국 유기농 제품의 10분의 1 가격대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옛말에 ‘십리 밖에서 나는 것은 먹지도 말라’고 했어요. 같은 유기농이라도 국산이 더 좋지 않을까요?”
친환경 농산물 종류와 기준 | |||||||||
종류 | 기준 | ||||||||
유기농산물 |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 | ||||||||
전환기유기농산물 | 1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 | ||||||||
무농약농산물 |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이하 사용 | ||||||||
저농약농산물 | 농약과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2분의1 이하로 사용해 재배 |
인천=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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