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高물가 딜레마’…내수위축탓 금리인상 고민

  • 입력 2004년 3월 3일 19시 01분


올해 들어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가 고공(高空) 행진을 계속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통상 물가가 급등하면 금리인상이 정책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내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 이 때문에 물가 및 금리정책에 관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고민이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물가급등은 소비 및 투자 회복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제시장의 ‘공급 쪽’에서 비롯된 물가불안에 대해선 정부로선 마땅히 사용할 만한 정책이 드물다.

이에 따라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인 2.9%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3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예상외로 오르고 있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물가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물가불안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 산하 금융경제연구원은 3일 ‘화폐가치 절하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대한 조사결과 화폐가치 절하가 단기적으로는 수출 증대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입 물가를 높여 투자부진을 유도해 생산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환율이 균형 수준보다 25% 오른 상태가 장기간 지속됐을 때 환율효과에 의해 처음 2년간 생산성이 연평균 1%씩 향상됐지만 3년째 되는 해에 생산성이 약 0.4%까지 하락한 뒤 이후 20년 이상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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