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 회생법-대출요건 강화 등 금융거래 변화 온다

  • 입력 2004년 3월 3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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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재산이나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채무자들을 구제하는 개인채무자 회생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에 제정된 이 법은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이나 금융회사의 지원 등과 차원이 다른 강력한 법적 구제장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등 금융거래 관행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심사 강화=개인채무자 회생법에 따르면 담보를 제공하고 빌린 담보채무 10억원 이하, 무담보채무 5억원 이하 등 총 15억원 이하의 빚을 진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들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이들은 집이나 전세금 등 가진 재산을 모두 내놓고 최장 8년 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면 나머지 빚은 탕감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자신의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은행 대출이나 사채(私債) 등을 빌려 쓴 뒤 법에 호소해 빚을 탕감 받는 채무자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채권자들의 이의 제기 절차가 있다고 하지만 채무자가 성실하게 변제계획안을 작성하면 법원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으로서는 현재 소득뿐 아니라 미래 연봉 수준까지 감안하는 식으로 대출심사 요건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채무조정 활발해질 전망=금융회사들은 지금까지 신용불량자 등 채무자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때 채무조정 등 신용회복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자율협약으로 운영되는 신용회복위의 개인워크아웃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강제로 탕감 등을 명령할 수 있는 개인채무자 회생법이 시행되면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나 신용회복위를 통한 신용회복 지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적인 채무조정을 실시하면 밀린 이자를 탕감해주는 선에서 빚을 깎아주면 되지만 법원의 회생 절차는 원금까지 대폭 탕감해주기 때문.

▽빚을 모두 갚는 것이 최선=금융계 일각에서는 개인채무자 회생법의 시행으로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않고 버티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빚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의 취지가 재산을 모두 내놓고 몇 년 동안의 수입을 쏟아부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 재산을 빼돌린다거나 소득을 줄였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재경부 당국자는 “법적 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들은 회생 절차를 끝냈다고 해도 금융회사들이 거래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급적 법원에 가지 않고 신용회복위 등을 통해 빌린 돈을 최대한 갚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개인채무자 회생법 주요 내용 - 자료:재정경제부
구분내용
신청 대상담보채무 10억원 이하, 무담보채무 5억원 이하로 지속적인 소득이 가능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채무재조정 대상사채를 포함한 모든 채무
채무변제 기간최장 8년
우선 변제 대상소득세, 부가가치세, 주세, 교통세, 특별소비세 등 5개 세목. 나머지 체납 세금은 재조정 가능
절차회생절차 신청→변제계획서 제출→채무자 재산 조사→변제안 확정→변제 완료시 면책 결정
회생절차 기각 사유신청일 전 2년 이내 신청이 기각됐거나 5년 이내 절차의 폐지결정을 받은 채무자. 채무자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절차가 폐지됐을 때는 예외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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