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도 30분으로 줄었고 퇴근시간은 오후 10시가 기본. 월말이 다가오면 결산 때문에 밤12시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구조조정 이전에 7시면 퇴근하던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다. 이렇듯 업무량이 폭주하다보니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아졌다.
이씨는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아도 먹고 살려면 어쩌겠습니까. 시대가 그렇게 변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제조업체인 Y기계에 근무하는 김모씨(34)는 인력감축의 핵심부서인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인사팀 역시 구조조정의 태풍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팀원이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1인2역을 맡게 됐다. 업무영역도 직원 인사관리에서 채용까지 떠맡게 됐다. 자기계발은 고사하고 팀원과 대화할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
구조조정 이후 3개월 동안 오후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일이 아주 흔했다.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일정 부분의 일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력구조조정의 태풍이 휩쓸고 간 기업의 직장인들은 이렇듯 과도한 업무에 치여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어 10대 시절 겪어야 했던 사춘기를 다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온라인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직장인 82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4%(612명)가 ‘외환위기 이후 회사에서 인력감축이 있었다’고 답했다.
인력감축을 시행한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88%(536명)는 ‘구조조정 이후 업무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늘어난 업무시간은 2시간이 37.1%로 가장 많았고 이어 △3시간 29.1% △4시간 11.4% △5시간 5.0%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 25.4% △12시간 20.5% △11시간 14.5% △9시간 11.0% 등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이후 몇 사람의 업무를 넘겨받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1명 57.1% △2명 25.6% △3명 11.9% 등을 차지했다. 최소한 1인2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체 응답자의 78%는 퇴근시간이 늦어졌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는 ‘업무량이 늘어서’가 71%를 차지했다. 단순히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이 많아서 퇴근이 늦어졌다는 것.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기업들이 업무자동화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기보다는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에서 인력을 줄이다보니 남아 있는 직장인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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