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때 봅시다”배당 발표 잇따르며 투자자 희비교차

  • 입력 2004년 3월 3일 19시 01분


“실적이 두 배로 늘었는데 배당성향은 오히려 10%포인트 줄었다니…. 주주를 무시하는 것 아닙니까. 어디 주주총회 때 봅시다.”(현대산업개발 소액주주)

주주총회와 함께 기업들의 배당금 발표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당수가 배당금을 전년도 수준 혹은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배당률을 발표했지만 일부 기업은 인색한 배당으로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특히 주주 중시 경영 분위기의 확산으로 배당금 증가를 기대했던 주주들의 실망감도 크다.

▽배당금 따라 웃고 울고=최근 현대산업개발이 결정한 배당금은 주당 600원. 이 회사의 2003년 순이익이 2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93.9%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LG투자증권은 3일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용지구입 자금 필요성 등을 감안해도 작년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에 비해 아쉬운 배당”이라고 평가했다.

아세아시멘트의 배당에 대해서도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주당 1000원으로 결정된 배당금의 시가배당률은 2.93%로 동종업체와 비교해 낮다. 배당성향도 6.5%로 50%대였던 2000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작년 당기순이익 30% 이상 증가, 회사 내부에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 800억원 등 회사 사정과는 동떨어진 배당정책이다.

반면 한국전력은 예상보다 크게 높아진 배당금으로 오히려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전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배당금은 전년(주당 800원)보다 31% 늘어난 주당 1050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재에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따라오면서 이날 주가는 올해 최고치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동원증권 윤희도 애널리스트는 “주주 중시 정책이라기보다는 대주주인 정부가 재정수입 증가를 위해 고배당을 요구한 결과로 보인다”며 “이 시점에서 한전의 배당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외국인 주주의 고배당 요구 사례로 거론돼 온 에쓰오일은 2일 액면배당률 85%(주당 1750원)를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배당금의 적정성 기업별로 따져야=해외 기업에 비해 낮은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안정적인 장기 주식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선진국과는 달리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회사 이익을 배당보다는 설비투자 등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전력의 경우 고배당에 대한 우려의 근거로 전기요금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외에 매년 평균 8조원이 투입되는 설비투자가 제시됐다.

대한화섬 코리아나 등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한 일부 기업의 정책도 논란의 대상. “유보자금을 사용해 안정적인 배당정책을 유지한다”는 옹호론과 “미래 경영보다는 주주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론이 팽팽하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실장은 “배당정책에 대한 평가는 설비투자와 미래 성장 가능성 등에 따라 기업별로 달라져야 한다”며 “그러나 신규 투자계획이 없고 유보율이 높은데도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