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직원도 비밀번호 조회 금지…카드 위조방지대책 강화

  • 입력 2004년 3월 4일 18시 21분


주부 이모씨는 최근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카드로 629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달 25일 경찰에 붙잡힌 박모씨 등 5명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10여개의 은행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구입한 뒤 이씨의 계좌를 범행 대상으로 선택했다. 이씨의 현금카드에 내장된 코드번호 4자리를 몰랐던 이들은 임의로 만든 마그네틱(자기테이프)카드에 수천 차례에 걸쳐 4자리 숫자를 무작위로 입력해 현금입출금기에서 돈을 빼낼 수 있었다.

그동안 카드 소지자의 부주의를 틈 타 위조복제기로 카드를 통째로 복제하는 범죄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 단순작업을 반복해 계좌에서 돈을 빼낸 경우는 처음이었다.

누구나 카드 위조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4일 2회 이상 코드번호가 틀린 투입카드에 대해 거래를 중지시키고 고객이 비밀번호와 카드를 교체한 후에야 거래를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은행창구 직원이 알지 못하도록 고객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은행 직원들의 조회를 금지시키기로 했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 전자금융 거래 정보를 누설하거나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에 전자금융거래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는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 불법으로 거래된 전자금융 정보를 위·변조해 사용한 사람에 대해서도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존 마그네틱카드를 복제 및 위조가 어려운 집적회로(IC)카드로 교체해 나가는 작업이 내달부터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금융회사들을 적극 독려하기로 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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