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행사가 연예인 사인회장인가

  • 입력 2004년 3월 4일 18시 22분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 별관 2층. ‘납세자의 날’(3월 3일)을 맞아 모범 납세자에게 상을 주는 기념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기념식에서 단연 돋보인 사람은 탤런트 겸 영화배우인 성현아. 국세청으로부터 ‘1일 명예 민원봉사실장’으로 위촉돼 ‘봉사 체험’을 하기 위해 기념식에 참가했다.

성씨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기념식에 참가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세무서장으로부터 민원 안내 요령을 배우는 데 1시간20여분을 보냈다.

이어 본관 1층에 마련된 명예 민원봉사실장 자리에 앉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한 세무서 직원이 A4용지 여러 장을 가져오자 성씨는 능숙한 솜씨로 사인을 해주었다. 다른 직원이 결재판에 성씨의 사진을 넣어 가져오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인 요청에 응했다.

10여분이 지나자 성씨 일행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납세자의 민원 상담이나 세무서 안내는 하지 않았다. 세무서를 찾은 한 납세자는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납세자’는 빠지고 세무공무원을 위한 사인회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국세청은 이번 주를 ‘세금을 아는 주간’으로 정하고 성씨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연예인과 체육인을 명예 민원봉사실장에 위촉해 행사를 진행했다.

한편 국세청은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고 누드사진 촬영 등을 한 성씨가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외부에 공개한 명예 봉사실장 명단에는 그의 이름을 뺀 채 행사를 열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