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최악의 시련’…원자재난 직격탄 채산성 3년만 최저

  • 입력 2004년 3월 4일 18시 37분


“주요 원자재인 냉연강판 값이 지난해 말보다 10% 이상 올랐지만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어요. 얼마 안 되는 고객마저 발길을 끊을 수 있거든요. 올해 들어 순이익이 2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경기 화성시 팔탄면에 있는 전력용 방열기 제조업체 신정우산업의 두석열(杜錫烈) 이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업체처럼 많은 제조업체들이 내수 위축의 영향으로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3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통해 제조업 업황 실사지수는 77로 1월의 80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채산성 지수는 전월의 79에서 71로 급락해 2001년 1·4분기(1∼3월)의 69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채산성 지수도 작년 11월 84까지 회복됐다가 12월 81, 올 1월 79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또 채산성 전망지수도 77로 1월의 82에 비해 5포인트나 떨어져 기업들은 앞으로 채산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원재료 구입가격지수는 148로 전월의 133에 비해 15포인트나 치솟으며 한은이 이 조사를 시작한 1991년 이후 최고수준을 보였다. 원재료 구입가격지수는 작년 10월 118, 11월 122, 12월 125 등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또 경영의 애로사항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은 응답자가 29.1%로 1월의 15.9%에 비해 13.2%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제품 판매가격지수는 전월과 같은 102로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자금사정지수는 86에서 79로 급락했고 가동률지수도 91에서 89로 하락했다.

신창식(申昌湜)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기업들이 소비침체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채산성 악화가 계속되면 기업의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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