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배고프다” 외국인 ‘사자’…3일간 1조7526억 순매수

  • 입력 2004년 3월 4일 19시 04분


4일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하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한국외환은행 본점에서 이 은행의 주식투자 담당자가 기쁜 표정으로 단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원대연기자
4일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하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한국외환은행 본점에서 이 은행의 주식투자 담당자가 기쁜 표정으로 단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원대연기자
종합주가지수가 마침내 900선 돌파의 ‘축포’를 터뜨렸다.

원동력은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수세. 한국의 경기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뜨거워진 외국인의 ‘사자’ 열기는 글로벌 차원의 거대한 자금 흐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기간 중에 종합주가지수 1000 달성을 시도해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먹고 또 먹어도 배고프다=외국인은 이날 2379억원을 순매수했다. 3월 들어 사흘 동안만 1조7526억원을 사들여 2월 한 달간의 1조371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상 최대로 많은 금액(9348억원)을 순매수한 전날에 비해 강도는 다소 약해진 상태. 그러나 미국 나스닥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2000억원대 이상을 사들인 것은 고무적이다.

외국인은 3월 들어 대만에서도 2조560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아시아 증시에 계속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미국 이머징마켓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는 추세다.

이들에게 아시아 증시는 아직 뚜렷한 상승세 회복을 보여주지 않는 미국 증시에 대한 일종의 대안. 달러 약세를 피해 비(非)달러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도 계속됐다. 그 밖에 세계 경제의 회복 가시화, 수출 호조에다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의 실업률 등 고용지표의 개선 전망도 투자 심리를 부추겼다.

UBS증권 진재욱 한국지점장은 “외국인은 한국의 내부적인 이유보다는 아시아 증시를 선호하는 거시적인 유동성 흐름을 따라 투자하고 있다”며 “이런 투자 트렌드는 총선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멀고도 가까운 1000=이런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증권사들의 올해 1000 돌파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투자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주요 변수.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를 유도해 아시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는 하반기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다만 5개월 연속 상승의 ‘피로감’이 부담이다. 이전 고점인 2002년 4월 18일의 937.61을 넘어선 뒤에는 기술적인 조정이 찾아올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증시를 끌어올린 업종이 아직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등 수출 관련주에 집중돼 있는 점도 지적됐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900선대 지수가 한국 증시나 경기 전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승세가 소수 업종과 대형 우량주에만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특정 지수 돌파는 외형적인 의미에 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개미투자자들이 소외된 ‘외국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개인들은 이날도 1672억원을 순매도하며 7일째 정반대 ‘팔자’ 움직임을 이어갔다. 고객실질예탁금도 11개월 동안 10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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