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창업기]“여성 섬세함 외식-아동사업에 유리”

  • 입력 2004년 3월 4일 19시 59분


한자학습지 가맹점을 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아예 인수한 홍선생교육 여미옥 사장.
한자학습지 가맹점을 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아예 인수한 홍선생교육 여미옥 사장.
《창업에 남녀가 따로 있으랴.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과 조기 퇴직이 일반화되고 자녀의 교육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일터로 나서는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며 부업 형태로 창업에 나서던 여성들이 이제는 아예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가맹점에 가입했다가 아예 본사를 인수한 경우도 있고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장사를 ‘사업’으로 키운 여장부도 있다. 일찍 창업전선에 뛰어든 여성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소비를 주도하는 층이 여성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유리한 면이 있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살릴 수 있는 외식업과 아동 관련 교육사업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즐거움이 있어야 성공=홍선생교육 여미옥 사장(44)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2000명 이상이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어 낸 즐거움에 산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 즐거움을 얻고 이를 사업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

한문과 논술 학습지에서 출발해 방문 미술지도, 방문 성악지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여 사장은 최근 ‘온앤오프 독서논술사이트(onoff.hongss.co.kr)’에 열중하고 있다. 집으로 배달된 책을 읽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교사들이 첨삭 지도를 하는 방식.

여 사장은 “죽도록 일을 해도 즐거운 일을 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부였던 여 사장은 이런 열정으로 1994년 한자학습지 가맹점을 운영하다 본사가 망하자 아예 1년 뒤에 회사를 넘겨받았다. 당시 오전 4시부터 전단지를 돌리며 즐겁게 모집한 회원 100여명을 놓치기 싫은 이유에서였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아이템을 선점하는 것. 다른 사람이 하기 전에 미리 개척해야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행동으로 옮긴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홍선생교육은 최근 창원에 있던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02-583-0037

▽젊은 시절 고생이 나의 힘=또순이원조순대(www.soondea.co.kr) 정인자 사장(49)은 시장 한복판에서 맨주먹으로 시작한 장사를 사업으로 일궜다.

시장터에서 시작한 작은 순대가게를 가맹점 20여개의 사업체로 일군 또순이원조순대 정인자 사장.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순대타운의 ‘터줏대감’격인 그는 20대 때 생활고 때문에 시작한 가게를 현재 가맹점이 20여개나 되는 프랜차이즈사업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신혼시절 집에 불이 나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가 되자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신림시장에 1.5평짜리 순대가게를 열었다.

당시 그에게 특별한 성공전략이나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로지 갓 난 자식 2명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23세 여성을 생업전선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정 사장은 “사업하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젊은 시절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고생을 한 탓에 소자본 창업 아이템인 순대가맹점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 중에 가난한 사람이 있으면 가맹비를 받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는 지금도 각종 야채와 고추장 양념을 넣어 볶은 순대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정 사장은 “여성은 외식업에 도전해 볼 만하다”며 “다만 요즘 사람은 맛있는 것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창업 과정에서 독특한 요리와 맛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02-2232-4855

▽틈새시장에서 기회를=뉴욕핫도그전문점인 스티븐스(www.stevens.co.kr) 최미경 사장(46)은 고등학교 시절 국가대표 육상선수를 지낸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핫도그전문점 스티븐스 최미경 사장. 사진제공 창업전략연구소

최 사장은 결혼 후 남편과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의류사업을 하며 한국을 자주 드나들다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낸 경우다. 뜻만 있으면 사소한 것에서도 새 사업 아이템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어느 날 바이어와 함께 경복궁을 돌아보던 중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미국에서 간단한 식사나 간식용으로 즐겨 먹던 핫도그가 떠올랐다. 주변의 외국인에게 물어보니 한국 여행 때 불편한 점이 바로 이것이라는 말에 착안해 2002년 핫도그 사업을 시작했다. 부산 해운대점의 경우 고객의 80∼90%가 외국인이다.

사업 초기에 좌절도 맛보았다. 월드컵축구대회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많은 소시지를 수입했으나 검역 문제로 통관이 쉽지 않았던 것. 현재 15개의 가맹점을 확보하는 등 억척스럽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평소 그냥 지나쳤던 것도 새롭게 보인다”며 “여성 특유의 감각을 살려 일상생활 속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02-414-6086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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