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의 대약진=삼성 출신이 가장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는 곳은 정보기술(IT)업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이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 SDS의 사장을 지냈다.
코스닥의 대표기업인 NHN의 이해진 사장, MP3 성공신화를 이룩한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 보안업체인 시큐어소프트의 김홍선 사장도 옛 삼성맨이다.
외국계 IT기업도 삼성의 아성. GE코리아 이채욱 사장, 올림푸스한국 방일석 사장, 소니코리아 이명우 사장, 한국 후지쯔 윤재철 사장, 한국유니시스 강세호 사장도 모두 삼성 출신.
금융권의 최근 흐름도 눈여겨볼 만하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외에도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 대한생명 신은철 사장, LG카드의 부활을 책임진 박해춘 사장이 삼성에 몸담았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삼성에서 분가된 그룹으로 스카우트된 경우.인사는 물론 파라다이스호텔부산으로 옮긴 이영일 전 호텔신라 사장처럼 삼성과 무관한 기업에 경영자로 영입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왜 삼성맨을 선호하는가=삼성전자, 전기, SDI, SDS 등 삼성의 IT계열사가 보유한 인재의 폭과 깊이는 다른 회사를 압도한다. 또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첨단 기술의 흐름에 대한 예측력과 글로벌 경영의 안목, 신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됐다. 전문 경영인뿐만 아니라 창업 CEO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상무 출신으로 삼성오비닷컴을 운영하는 구회득씨는 삼성 출신의 약진 배경으로 “관리시스템과 철저한 내부감사로 상징되는 삼성의 문화”를 꼽는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가는 의사결정, 작은 부정도 용납하지 않는 내부 감사 문화에서 길러진 태도 때문에 오너들이 믿고 경영을 맡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연과 학연이 배제된 내부경쟁, 임원이 되기까지 받는 강도 높은 교육시스템, 방대하게 퍼져 있는 인맥도 중요한 자산으로 거론된다.
빛과 함께 그늘도 있다. 중견그룹 A사에서는 최근 삼성 출신 임직원이 대거 회사를 떠났다. A사 관계자는 “지나친 완벽주의, 보수적 태도, 시스템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길러진 삼성 출신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과감한 돌파력이 중요한 사업영역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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