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만 있고 정부는 없었다…고속도마비 7시간후 대응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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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의 폭설로 국가의 기간도로망인 경부·중부고속도로가 마비되는 등 예상 밖의 큰 피해가 발생해 정부의 총체적인 재해재난 방지 시스템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4일 서울과 경기지방에 이어 5일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려 큰 피해가 났는데도 눈이 거의 그친 뒤인 6일 오전에야 고건(高建)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여는 등 ‘뒷북 행정’으로 일관했다.

고 총리는 관계 장관회의에서 “기술 전문성이 없고 대응 방안이 무계획적이며, 구태의연하고, 희망적인 관측에만 매달려 결과적으로 긴급 제설대책이 실효성이 없었다”고 관련 부처를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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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도로공사는 5일 오전 폭설로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마비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7시간 늦게 교통통제에 들어가고 엉터리 보고를 하는 등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은 7일 “처음 도로공사 사장에게서 5일 오후 5시면 제설을 완료할 것이란 보고를 받았고, 국무총리에게서 전화가 왔기에 한두 시간을 더 보태 7시 정도에 제설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도로공사는) 현장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상부기관에 보고도 제대로 안했다”며 “(공조직의) 만성적인 기강해이와 안일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오점록(吳/祿) 도로공사 사장은 이날 “100년 만의 폭설이란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국민께 불편을 드린 데 대해 고속도로 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관계기관의 늑장 대응으로 고속도로 마비와 재산피해가 더 심각했다”며 행정자치부와 건교부, 도로공사 등에 대해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한편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폭설로 7일 오후 6시 현재 건물 60채, 비닐하우스 1965ha, 축사 3395채, 수산 증식 양식 시설 55곳, 인삼재배 시설 등 6216곳이 파손돼 전국적으로 3787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고 집계했다.

6일 하루 동안 임시휴업에 들어간 전국의 1595개 초중고교 중 충남 논산시와 청양군, 경북 상주시 등의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8일 정상수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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